사교육 쏠림 현상 개선 위해
올 겨울방학부터 일부 학교 허용
참여율 계속 낮아져 실효성 의문
유명강사와 계약한 대형 위탁업체
방과후교실 운영 싹쓸이 우려도
“학원가에서 이미 선행학습이 이뤄지고 있는데 아이들이 굳이 학교에 남을까요?”
방과후학교 위탁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40)씨는 18일 방과후학교 선행학습을 일부 허용하는 공교육정상화특별법(선행학습금지법) 개정안이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2년 전 공교육정상화를 위해 선행학습을 금지시킨다면서도 정작 학원을 처벌대상에서 제외해 ‘사교육 쏠림 현상’이 벌어졌는데, 이제 와서 방과후학교 선행학습을 허용해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선행학습금지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면서 앞으로 교내 선행학습이 일부 허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개정안에 따르면 올 겨울방학부터 고교 방학 중 운영하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서 선행학습이 허용되고, 농산어촌과 도시 저소득층 밀집 지역 중ㆍ고교에서는 학기와 방학 중 모두 선행학습이 가능해 진다.
하지만 방과후학교 운영자, 학생과 학부모들은 개정안의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그 실효성에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방과후학교 강사 이모(35)씨는 “선행학습을 원하는 학생들은 이미 모두 학원으로 빠져나갔다”며 “특히 방학 중에는 학원 역시 오전부터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들을 학교로 불러들일 유인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법 시행전인 2013년 방과후학교 참여율은 중학교 50.5%, 고등학교 72.3%였지만 지난해에는 중ㆍ고교 각각 40.8%, 57.2%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현장에서는 이 학생들이 선행학습을 받기 위해 사교육시장으로 이동했다고 보고 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강북구에서 중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는 박선혜(43)씨는 “가계 중 사교육 비용이 차지하는 부분이 상당한데, 방과후학교에서 선행학습을 진행한다면 사교육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며 “지역에 관계없이 일반 중학교에서도 선행학습을 허용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고교 1년생 아들을 둔 이모(48)씨는 “현재 아들이 학원에서 대입 수능과 경시대회 등을 준비하고 있다”며 “한 학기 정도의 선행학습을 받기 위해 학교로 돌아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위탁업체들이 사교육시장으로 빠져나간 학생들을 학교교실로 데려오기 위해 유명학원강사와 계약을 맺을 경우 대형 위탁업체가 방과후교실 운영을 싹쓸이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탁업체를 운영하는 전모(47)씨는 “최저가낙찰제로 방과후학교 위탁업체를 선정하는 현 시스템에서는 아무리 유명강사라 해도 강사 급여를 높게 책정할 수 없는 구조”라며 “이 때문에 유명강사를 초빙할 수 있는 자본을 가진 대형 위탁업체와 강사 사이에 뒷돈이 오가게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방과후학교 강사인 이모(33)씨도 “뒷돈이 현실이 될 경우 위탁업체와 강사 모두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겪게 될 것”이라며 “교육부가 방과후학교의 교재ㆍ콘텐츠 강화 지원 등 유인책 마련을 지원해주고, 뒷돈을 엄격히 금지하는 지침을 내려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진 교육부 방과후학교지원과장은 “일선학교에서 선행학습 수요가 있다고 알려온 만큼 개정안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현장에서 우려하고 있는 문제점은 의견을 수렴 해 법령 개정 등을 통해 보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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