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현(28)씨는 서울 신사동의 한 판매점에서 5년째 일하다 6개월 전 그만뒀다. 그는 “사장님이 밤새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 정도로 매장 손해가 갈수록 커졌다”고 그만 둔 이유를 말했다. 정씨는 지인이 운영하는 치킨 집의 일손이 부족할 때 가끔 나가 도우면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나름 치열하게 일했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판매점에 취직하자니 다들 여건은 비슷하고 다른 업종에서 일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다시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며 “손에 남는 게 하나도 없으니 허무하다”고 털어놨다.
판매점들이 매출 악화를 겪으면서 길거리로 내몰린 2030 인력들이 방황하고 있다. 정부와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한해 자취를 감춘 판매점은 1,000~2,000곳 수준으로 추정된다. 매일 출근하던 일터가 사라지며 20,30대 실직자도 크게 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 강변 테크노마트에 입점해 있는 매장에 서 있는 직원들은 10~15년차 숙련가들이 대부분이다. 이문영 테크노마트 상우회 회장은 “젊어서 판매업만 해 온 이들이 아무런 준비 없이 밀려나는 것에 대한 문제도 심각하다”며 “20대 초반부터 일을 시작한 이들이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새로운 분야에서 다시 시작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가 이미 전체 인구를 훌쩍 넘으며 신규 가입자 모집이 어려운 이통사들은 경쟁사 가입자 빼앗기 외에는 딱히 수익을 늘릴 방도가 없다. 가입자를 서로 뺏고 빼앗기는 소모적 경쟁으로 판매점 청년들의 청춘도 소진되고 있다. 더 이상 시장 선도와 경쟁상황 변화의 동력이 되는 영업인력으로 보기가 쉽지 않다. 이미 국내 시장이 ‘5대 3대 2’구도에 멈춘 지 10년이 넘었다. 20~30대 판매점 종사자 352명 중 절반이 넘는 192명은 ‘5년 내 그만둘 계획’이라고 답했다. 안정적인 일자리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이사는 “시장 활성화 정책과 함께 판매 인력을 생산성 있게 활용하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는 “갈수록 O2O(오프라인 온라인 연계 서비스),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등 새로운 서비스들이 나올 것이고 결국 판매점은 이를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가장 최전선에 위치할 것”이라며 “2030 판매상에 대한 전문화한 교육으로 이들이 새로운 서비스와 산업의 선도자로 전환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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