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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5ㆍ18기념식 참석한 유족들 “박승춘 내쫓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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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5ㆍ18기념식 참석한 유족들 “박승춘 내쫓아라”

입력
2016.05.1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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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어디라고” 거센 항의에

박승춘 보훈처장 못 들어가

기념공연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만

“장난도 아니고 이게 뭐냐” 분통

3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거행된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5·18민주묘지에서 행사장에 참석하려는 박승춘 보훈처장이 5월 유가족의 항의를 받고 기념식장을 떠나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3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거행된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5·18민주묘지에서 행사장에 참석하려는 박승춘 보훈처장이 5월 유가족의 항의를 받고 기념식장을 떠나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오지마! 오기만 해봐!”

18일 오전 9시15분 국립 5ㆍ18민주묘지 참배광장. 소복을 입고 5ㆍ18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식장을 찾은 유족 김길자(77)씨는 기념식장 맨 앞줄에 마련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지정석에 붙은 종이 명패를 뜯어내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요구를 거부한 박 처장이 기념식장에 발을 못 붙이게 하겠다는 항의 표시였다. 김씨는 “누가 기념식의 주인인데…오기만 해보라”며 목청을 높였다. 그의 울분에 찬 경고는 40여분 뒤 박 처장이 기념식장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예고하는 순간이었다.

5ㆍ18 기념식이 ‘임을 위한 행진곡’제창 불허 논란 속에 어수선하게 치러졌다. 올해 기념식은 최근 3년 간 행사에 불참했던 유족과 5ㆍ18 관련단체들이 “반갑지 않은 손님들이 주인 행세를 하는 꼴은 볼 수 없다”며 기념식장을 지켜 반쪽행사는 피했지만 정부의 홀대 논란은 여전했다.

매년 5ㆍ18 푸대접을 속으로만 삭여 오던 유족 등의 불만은 이날 오전 9시58분쯤 기념식 시작을 2분여 앞두고 결국 폭발했다. 유족 등은 박 처장이 황교안 국무총리를 수행해 기념식장에 들어서자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 “쫓아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자신의 좌석을 찾아가던 박 처장은 길을 막아선 유가족 등과 2분여 동안 대치하다가 당황한 표정으로 기념식장을 빠져 나갔다. 국가보훈처가 2003년부터 해마다 주관해온 5ㆍ18기념식에 행사를 총괄하는 국가보훈처장이 유가족 등에게 쫓겨난 것은 처음이다.

일부 참석자들은 행사 도중 기념사를 읽어내려 가던 황 총리를 향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5ㆍ18기념곡으로 지정하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박 처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기념곡 지정과 제창은 국민 의견을 따라서 결정하는 것이지, 어느 특정인이 독단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이 기념식은 당사자분들 기념식이 아닌 정부 기념식이다”고 유감을 표했다.

20분간의 짧은 기념식이 끝난 후에도 유족들의 아우성은 그치지 않았다. 보훈처가 예년과 달리 기념공연을 달랑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하나로 끝낸 탓이었다. 5ㆍ18유공자 김모(63)씨가 “이게 (기념식)행사냐. 장난도 아니고 이게 뭐냐. 이렇게 성의 없는 기념식은 처음 본다”고 소리를 높이자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잘못했다”며 보훈처를 대신해 사과하기도 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문제 하나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정부에 끌려 다닌 모습을 보인 정치권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기념식이 끝난 뒤 행방불명자 묘역에서 정치인들의 참배 행렬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유족 차초강(77)씨는 “해마다 5ㆍ18이면 정치인들이 묘지를 찾아와 오월정신을 들먹이면서도 그 동안 노래 한 곡 제대로 부를 수 있게 하지도 못한 걸 보면 정말 답답하고 서운하다”며 “진정 5월 영령들의 넋을 위로하러 온 것인지 눈도장을 찍으러 온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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