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미얀마의 평화적 정권 이양에 맞춰 경제제재를 완화했다.
미국 재무부는 17일(현지시간) 미얀마 국영은행과 기업 10곳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등 제재 내용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애덤 수빈 재무부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대행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는 미얀마 정치 상황과 경제 성장에 대한 강력한 지지 의사를 보여주고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사람들에겐 그들의 행동을 바꾸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번 제재 완화 조치에서 미얀마 금융기관과 자국 기업 또는 민간인의 금융거래를 ‘일반제재’목록에서 제외했고 미얀마 국영기업 7곳과 국영은행 3곳을 특정 제재 목록에서 뺐다. 또 무역 편의를 위해 제재 목록에 올라 있는 미얀마 내 개인들의 보유자산 중 양곤의 무역항 등 기간산업시설의 이용을 임시로 허용한 2015년 12월 조치도 연장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미얀마 경제제재 해제가 미얀마는 물론 쿠바나 이란과 같은 다른 국가의 민주화에도 인센티브로 작동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미국은 미얀마 경제제재 해제를 통해 미얀마에 독재 정권에서 민주 정권으로 이행함으로써 떨어지는 ‘배당금’이 있음을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단 이번 제재가 미얀마에 대한 완전한 제재 해제는 아니다. 미국 고위관료들은 여전히 남아 있는 군부의 정치권에 대한 영향력과 로힝야족으로 알려진 무슬림 소수자 박해에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의 벤 카딘 상원의원은 “미얀마의 정치경제적 진전에도 불구하고 앞날이 불확실하다”며 제재 지속을 지지했다.
미국은 특히 미얀마 군부와 연계된 인물인 스티븐 로 및 그가 운영하는 ‘아시아 월드’가 지분 50% 이상을 소유한 6개 기업을 제재대상에 새로 포함했다. 그의 부친 로 싱 한은 70년대 마약 밀매로 부를 축적해 거대 재벌 ‘아시아 월드’를 만들었고 미얀마 내 기간산업과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했다.
미얀마 정부는 제재 완화에 “크게 환영한다”고 밝혔고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집권여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제재 연장조차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타 민 NLD 경제위원장은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에 “미국의 경제제재는 여전히 미얀마 정치 변화의 주요동력”이라며 “NLD가 완전히 정권을 장악할 때 제재를 재검토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웅 마웅 라이 미얀마상공회의소 부소장은 “기업인보다 평범한 미얀마 시민이 제재조치에 더 큰 타격을 입는다”며 불완전한 제재 해제에 아쉬움을 표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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