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제(19)와의 한ㆍ중 바둑 자존심 대결에서 승리한 박정환(23) 9단이 ‘이세돌 열풍’을 잠재우고 화제의 중심에 섰다.
박정환 9단은 지난달 24일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 본선 8강전에서 커제 9단을 상대로 293수 만에 백 1점 승을 거뒀다. 지난 16일에는 중국 갑조리그 5라운드에서 커제 9단을 212수 만에 백 불계로 꺾었다.
커제 9단은 지난해부터 바이링배, 삼성화재배, 몽백합배, 하세배, 농심배 등 세계대회 우승컵을 휩쓸며 중국은 물론 세계적인 바둑 강자로 입지를 굳혔다. 양국 랭킹 1위이자 바둑계의 ‘영건’으로 둘은 만날 때마다 관심을 모았다. 박정환 9단의 이번 승리로 두 기사 간 공식전 전적은 3승3패의 호각세다. 올해 초 열렸던 인터넷 비공식전 10번기 5승 5패를 포함하면 8승 8패의 팽팽한 접전이다.
박정환 9단은 지난 17일 KB국민은행 바둑리그 개막식이 열린 63스퀘어에서 “요즘 커제 9단이 잘 나가서 그와 대국하기 전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한국 랭킹 1위라는 것이 책임감의 가장 큰 이유다. 한국을 대표해서 중국에서 잘하는 선수를 꼭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박정환 9단은 “아직 상대 전적은 3대3이다. 앞으로 계속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고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는 “개인 목표는 세계대회 우승이다. 세계대회에서 만나는 중국 선수는 다 이겨야 한다. 커제가 아니라 어느 중국 선수를 만나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환 9단은 “일단 사정권에 있는 대회는 응씨배다. 4강에 올라 있는 만큼 가장 중요한 대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 달 10일 시작하는 응씨배 준결승 3번기에서 박정환 9단과 대결할 상대는 이세돌 9단이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 대결 이후 8연승의 상승세를 타며 박정환 9단의 뒤를 바짝 좇고 있는 국내 랭킹 2위의 강자다.
30개월째 국내 1인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박정환 9단도 “응씨배에서 이긴 사람이 1위가 될 것 같다”면서도 “오히려 2위가 되면 마음이 더 편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들어서 어느 순간 마음이 편해졌다. 당장 한 판 지더라도 그걸 통해 배운다면, 다음에 기회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응씨배는)4년에 한 번 하는 대회다. 기회가 자주 오지 않으니까 준비를 잘해서 이기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알파고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알파고가 워낙 뛰어나고 실력이 계속 좋아지고 있어서 내가 둬도 힘들 것 같다”면서도 “알파고와 둬보고는 싶다. 알파고가 새로운 수도 많이 두는데, 대국하면 개인적으로 바둑 실력을 끌어올리는 기회가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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