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조영남(71)씨의 그림 대작(代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조씨의 작품 판매에 관한 기록을 분석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이 사건을 제보한 송모(60)씨가 그린 그림이 조씨 이름으로 판매된 것이 확인되면 사기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송씨는 지난 2009년부터 300점 가까이 대신 그림을 그렸다고 주장하는 반면 조 씨는 일부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검찰은 대작 작가가 어느 선까지 작품에 참여했는지를 밝혀, 송씨의 주장대로 90% 이상 그림을 그려줬다면 저작권은 송씨에게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이 주목하는 판례는 1992년 미국에서 불거진 ‘아메리칸 고딕’이라는 중세시대 인물화의 패러디 논란이다.
당시 한 패러디 작품의 의뢰인은 “얼굴을 해골로 그리고 해적선을 배경으로 그리라”고 작가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미국 법원은 이 경우 저작권은 실제 그림을 그린 작가에게 저작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 후 조씨의 소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대작 의혹이 불거진 그림을 모두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수사가 장기화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조수의 도움을 받는 것이 미술계의 관행’이라는 주장은 이번 사건의 본질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작가가 옆에서 지시를 하는 것과 대부분을 알아서 그리라고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며 “조씨의 경우는 미술계에서 흔히 말하는 도움을 주는 조수의 개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조씨가 작품의 컨셉트를 제공했지만 대작작가가 그린 작품을 판매했기 때문에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미술전공 교수 등 전문가 집단에 자문을 구해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법조계는 이번 사건의 쟁점을 두 가지로 보고 있다. ‘조수를 활용해 완성한 작품’이라는 점을 설명해야 하는 의무가 미술계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되는가와 ‘보조 작가를 참여시킨 작품인 것을 알았다면 절대 그 그림을 사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인과관계가 성립할 수 있는가 여부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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