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TV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 나가사키현의 한 무인도가 조명됐다. 모양이 군함 같다고 해서 군함도로 불리는 이 섬의 이름은 하시마섬, 또 다른 별칭은 지옥섬이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된 조선인 수백 명이 이곳 지하 1,000m 갱도에서 죽을 때까지 일했다.
소설가 한수산이 하시마섬을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 ‘군함도’(창비)를 냈다. 작가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27년 간 쓴 소설”이라며 “한 작가가 왜 하나의 이야기에 이토록 오래 매달렸는가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한수산은 2003년 ‘까마귀’란 제목으로 역시 하시마섬을 다룬 소설을 냈다. ‘군함도’는 그 작품을 등장인물까지 모두 바꾸는 등 대폭 수정해 새롭게 쓴 소설이다. 탄광에서 일하던 조선인들이 탈출을 시도하다가 시체로 돌아오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당시 징용공들의 처절했던 일상과 인간적인 면모, 이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조국의 가족들을 폭넓게 그리고 있다.
1988년 일본으로 건너갈 무렵부터 과거사 문제에 천착하게 됐다는 작가는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의 삶은 단순한 비극이 아닌 범죄 피해자로서의 삶”이라며 “작가로서 그들의 역사를 복원하고 문학으로 기억해야 한다는 의무감 속에서 지난 27년을 보냈다”고 말했다. 1990년부터 취재를 시작한 한씨는 15세 때 섬에 끌려와 탄광에서 일했던 서정우씨와 ‘원폭과 조선인’을 쓴 오카 마사하루 목사와 함께 수 차례 섬을 방문해 둘러봤다. 그는 “한 언론에서 하시마섬에 조선인 추모비가 있다고 썼는데 섬 어디에도 그런 건 없다”며 “신문 기사뿐 아니라 식민시대를 제대로 다룬 문학, 공연, 영화도 없다. 우리가 문화로조차 그 때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내일을 말할 수 있겠나”고 한탄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하시마섬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한국과 갈등을 빚었다. 작가는 한일 관계를 ‘흔들의자’에 비유하며 “한 치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정희 정권은 과거사를 해결한 게 아니라 웅덩이에 쓸어 담고 물을 채워 버린 격이라 물이 마를 때마다 다시 솟아올라 오늘이 된다”며 “이 소설이 젊은 독자들의 관심을 일으켜 우리의 역사가 분노를 넘어 용서의 지평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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