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항목 진료코드 표준화 추진
자기부담금 인상은 고려 안해
정부가 3,200만명이 가입해 ‘국민보험’으로 통하는 실손의료보험 제도를 확 뜯어고치기로 했다. 보험금에 기댄 일부 가입자의 무분별한 의료쇼핑과 의료기관의 과잉진료 탓에 보험사들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보험료를 올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런 악순환을 끊지 않고선 수년 내 보험료가 2배 이상 뛰어 제도 자체를 유지하는 것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8일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는 차관급이 참여하는 ‘실손의료보험 제도 정책협의회’를 열고 대책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에 합의했다. 정부는 업계 및 관계기관 실무진으로 TF를 꾸려 올 연말까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실손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의료비(비급여 항목)을 보장해주는 상품으로 가입자만 3,200만명에 달해 ‘제2의 국민보험’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실손보험 일부 가입자와 의료기관의 얌체 같은 보험금 빼먹기로 실손보험 건전성은 해마다 나빠지고 있다. 2011년 109.9%였던 실손보험 손해율은 작년 상반기엔 124.2%까지 치솟았다. 거둬들인 보험료가 100원이라면 지급된 보험금이 124.2원에 달했다는 얘기다. 보험사들은 급증하는 손해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올 들어 실손보험료를 평균 22% 올렸다.
금융위에 따르면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 중 실제 보험금을 한 번이라도 탄 사람은 20%(600만명 가량)에 그친다. 나머지 2,500만명은 보험료만 내고 보험금을 한 번도 받지 않았다. 일부 가입자와 병원의 도덕적 해이 때문에 결국 선량한 보험 가입자만 손해를 보는 구조다.
정부는 해결 방안으로 우선 병원마다 제각각인 비급여 항목의 진료코드를 표준화할 예정이다. 고가의 진료비를 타낼 목적으로 환자에게 도수치료(손으로 눌러주는 치료)처럼 비싼 진료를 과다하게 권유하는 병원을 걸러내기 위해서다. 다만 정부는 자기부담금을 높이는 방식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이동훈 금융위 보험과장은 “지금 10% 수준인 자기부담금을 50%씩 올리면 과잉진료를 막을 수 있겠지만 이건 보험제도의 기본 취지와는 맞지 않다 본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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