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싱어송라이터 레이철 야마가타(39)가 한국을 방문할 때 종종 찾는 곳은 비무장지대(DMZ)다. 그는 지난해 6월 국내에서 열린 ‘뮤즈 인시티 페스티벌’에서의 공연을 앞두고 DMZ에 다녀왔다. 세계에서 하나뿐인 분단 국가의 현실을 직접 보고 싶어서였다.
야마가타는 오는 24일 내한공연(올림픽공원 내 우리금융아트홀)을 앞두고 한국일보와 진행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DMZ 방문은 정말 놀랍고 대단한 경험이었다”며 “한국 사람들에게 무거운 짐으로 느껴질 정치, 경제, 문화적 분단뿐 아니라 가족들이 서로 헤어져 있다는 것이 가장 고통스럽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더불어 “한국 사람들에게 통일에 관해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흥미로우면서도 동시에 굉장히 가슴 아팠다”는 말도 보탰다. 하지만 그의 발길을 DMZ로 이끄는 건 분단 현실에 대한 관심만이 아니다. 그 바탕에는 “전 세계가 서로 이어지고 서로 상처를 치유해가기를 바란다”는 삶의 철학이 깔려 있다.
야마가타는 한국에서 유독 인기가 높다. 그의 히트곡 ‘비 비 유어 러브’(2004)는 국내 휴대전화 광고에 쓰여 주목 받았고, ‘듀엣’(2008)은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엔딩곡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쓸쓸하면서도 감미로운 목소리에 소박한 통기타 연주가 국내 음악 팬의 감성을 파고 든 덕분이다. 그의 내한 공연 티켓은 2014년부터 3년 연속 매진 행렬을 이어왔다. 야마가타는 “한국에서의 공연은 이제 내게 일종의 홈커밍 공연 같다”고 표현했다. “항상 환영 받았고, 이 아름다운 나라가 나를 입양한 느낌이 든다”며 각별한 의미도 뒀다.
일본계 아버지를 둔 것도 한국을 더 친숙하게 느끼는 요인이다. 야마가타는 한국에 ‘절친’도 있다. 그의 앨범 사진 작업을 함께하며 연을 맺은 사진작가 김중만이다. 2009년 첫 방한을 포함해 벌써 아홉 번이나 한국을 찾은 그는 이태원에 단골 술집도 있다.
그는 우울한 분위기의 음악과 달리 자신의 “자유로운 이탈리아인 기질”을 들추며, 한국인들과의 남다른 정서적 궁합을 설명하기도 했다. 소주 얘기까지 곁들이면서. “한국인들에겐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것 같은 이상한 해학과 자유의 분위기가 있어요. 물론 이것들이 제대로 발현되려면 약간의 소주가 필요하죠. 즐거움과 재미가 항상 존재해 친근해요.”
데뷔 12년차 뮤지션인 야마가타의 꿈은 “사람들 사이를 연결해 준 사람으로 기억되는 일”이다. 지난 4월 데뷔 앨범 ‘해픈스탠스’를 어쿠스틱 버전으로 다시 부른 앨범을 냈던 그는 현재 뉴욕 북부 숲 속 50㎡ 규모의 집에서 살며 새 앨범 작업에 한창이다. 그는 “이전보다 내가 긍정적으로 변한 것을 바탕으로 균형과 인내 그리고 치유의 테마가 담긴 곡을 실을 것”이라며 “혁신적인 앨범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에게는 “음악산업은 아직도 굉장히 남성 중심적인 곳이지만 각자의 목소리를 내 리더의 역할을 할 권리를 스스로 얻어야 한다”는 말을 전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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