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침체 등 열악한 환경에서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그나마 수익성을 방어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500대 기업들의 매출은 총 2,468조6,000억원으로 전년도 500대 기업 매출보다 2.3% 감소했다. 2014년 -4.4%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상위 10개 기업 중 6곳의 매출이 감소했고 톱 50으로 넓혀 봐도 절반에 가까운 22곳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그럼에도 5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은 142조6,700억원으로 전년보다 13.6% 늘었고 당기순이익도 96조6,600억원으로 10.8% 증가했다. 기업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수익성 방어를 위해 경영 효율화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8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2015년도 결산자료(연결기준)를 토대로 국내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을 선정한 결과 47곳(9.4%)이 전년과 교체된 것으로 집계됐다. 500대 기업 10곳 중 1곳이 새 얼굴로 바뀐 셈이다. 특히 30대 그룹 계열사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하면서 재벌 집중이 완화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500대 기업 중 30대 그룹 계열사는 총 181개(36.2%)로 전년 보다 2개사가 줄었다. 30대 그룹 계열사들의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비중도 뚝 떨어졌다. 500대 기업 전체에서 30대 그룹 계열사들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62.6%, 당기순이익 비중은 61.3%로 60%선 붕괴가 임박한 수준이다. 전년 대비 각각 3.6%포인트, 2.4%포인트 하강한 수치다.
영업이익 비중은 이미 50%대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61.3%에서 58.8%로 2.5%포인트 낮아졌다. 2년 전과 비교하면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 비중은 82.5%와 69.9%에서 무려 21.2%포인트, 11.1%포인트나 떨어진 수준이다. CEO스코어는 "재벌그룹들이 주로 영위하는 중공업 위주 수출 업종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한 탓"으로 분석했다.
업종별로는 수출 주력 업종인 에너지와 IT전기전자에서 500대 기업 수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반면 증권·식음료·서비스 등 내수 업종기업들이 약진했다. 에너지 업종 기업은 전년 25곳에서 16곳으로 크게 줄었고 IT전기전자 기업도 36곳에서 33곳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호황을 맞은 증권업계는 16곳에서 20곳으로 기업 수가 가장 많이 늘었다. 자동차·부품 업종에서 3곳 늘었고 식음료와 서비스 제약 업종에서도 각각 2곳씩 증가했다.
그룹별로는 한화(9곳→12곳), 롯데(18곳→20곳), 신세계(4곳→6곳) 등 내수 위주 그룹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반면 삼성(21곳→17곳), SK(15곳→12곳) 등은 줄었다. 500대 기업군의 매출 커트라인은 7,300억원으로 전년의 7,370억원보다 약간 낮아졌다.
500대 기업 내에서 순위가 가장 크게 오른 곳은 GS에너지로 전년 391위에서 188위로 무려 203계단 상승했다. 지난해 대규모 기술 수출을 달성한 한미약품을 비롯해 동원시스템즈, 만도 등도 순위가 150계단 이상 크게 상승했으며 한화투자증권, 서연이화, 유안타증권, 메리츠종합금융증권, 중흥토건은 100계단 이상 순위가 올랐다. 포털업체 다음을 인수한 카카오가 500대 기업에 신규 진입했고 넷마블게임즈, 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 한화엘앤씨 등도 500위 안에 진입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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