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에 관심이 많다. 쌍꺼풀 수술을 고민해보기도 하고, 불쑥 올라오는 여드름에 짜증도 냈다. 최근엔 숏커트를 과감하게 도전했다. 어려서 중국에 오래 살아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하다. 스쿠버다이빙, 스노우보드 등 활동적인 운동도 즐긴다. 그런데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노래방이다. 한바탕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나면 행복해진다. 김고은은 배우이기 이전에 스물다섯 대한민국 여자다.
-짧은 머리가 잘 어울린다.
"머리 결이 상해 단발로 잘랐는데 이번에 더 짧게 잘라봤다. 예쁘다고 해줘 감사하다."
-2012년 '은교'로 데뷔한 지 4년이 흘렀다.
"어떻게 하면 배우가 될 수 있을까 고민했던 학생 때 만난 작품이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움직였다. 마냥 연기가 행복하고 즐거웠다. 이후에 '몬스터'를 찍으면서 많이 배웠다."
-지금은 어엿한 배우가 됐다.
"그 말 자체가 참 쑥스럽다. '계춘할망'을 촬영하고 신인 시기를 끝내자는 마음이 들었다. 이전까지는 순전히 내 몫을 다 하자는 마음이었다. 지금은 작품 자체에 대한 생각을 한다. 책임감과 무게감이 생긴다."
-신인의 시기를 끝낸다는 의미는.
"어떤 행보나 연기적인 것에 의미를 두는 거냐고 묻는데 그건 아니다. 내 몫을 넘어서 주위를 더 크게 살펴보려 한다. 성장하고 싶다는 목표는 여전하다. 또 배우이기 전에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도 그대로다. 연기를 잘하고 못하는 건 근소한 차인데 현장에서 보이는 행동들은 크게 다가오니까."
-'계춘할망' 촬영은 어땠나.
"제주도에서 찍었는데 날씨가 너무나 좋았다. 바닷가도 한 번 거닐어보고 싶고 여행객들 보이면 부럽고(웃음). 윤여정 선생님은 너무 유쾌하셨다. 배울 점이 많았다. 나도 나름 분위기메이커인데 선생님 곁에서 많이 웃었다."
-박민지와는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에 이어 또 만났다.
"정말 좋았다. (박민지) 언니가 너무 귀여워서 혼났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을 정도였다."
-극중 제주도 화장실의 똥돼지가 인상 깊다.
"세트가 아니라 정말 사람이 사는 집이다. 냄새는 없었고 돼지는 정말로 있었다. 돼지가 무섭기보다 화장실 급한 연기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바지를 있는 대로 후다닥 내려 디테일을 살렸다."
-감정 연기는 어렵지 않았나.
"현실의 감정과 가장 가까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자칫 과장되게 보일까 봐 신중하게 연기했다. 내 연기 톤이나 감정 과잉으로 누를 끼칠까 머리가 아팠다."
-VIP시사회에 할머니를 초대했다.
"시사회에 초대한 것은 처음이었다. 잘 봤다고 해주셨다. 에어컨 바람이 세서 많이 추워하셨다는 걸 부모님께 전해 들었다."
-실제 할머니와의 관계는 어떤가.
"나에게 할머니는 멋진 여성상이다. 대장부 스타일에 젊어서 일도 하셔서 커리어우먼의 느낌이 있다. 중국에 오래 살았는데 1년에 한 번 한국에 오는 것이 연례행사였다. 그 때마다 할머니 댁에서 지냈다."
-중국이 가끔 그립나.
"그냥 어렸을 적 좋은 추억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 영향인지 여행을 좋아한다. 특히 국내에선 제주도를 좋아한다. 아무 계획 없이 여기저기 다닌다. 그냥 머물다가 오는 느낌으로 다닌다. 최근엔 스쿠버다이빙을 하러 필리핀 세부에 다녀왔다."
-나이가 들면서 스스로 느끼는 변화들이 있다면.
"전이랑 똑같다고 생각한다. 다만 조심스러워지는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꾸며내고 싶지는 않다. 나를 잃어버리면 배우로서 매력이 사라질 것 같다. 또 내 성격 그대로 보여드리고 싶은데 솔직해지는 순간 문득 겁이 난다."
-최근 들어 스트레스가 많나.
"요즘 그렇다. 한 번은 같이 작품 했던 분께 속상하다고 털어놨더니 '적어도 너랑 3~4개월 작품을 해 본 사람이라면 너에 대해 좋은 말을 해줄 거다. 주변의 오해를 나서서 해명해 줄거야'라는 위로를 받았다. 그런 말을 듣는 순간 기분이 싹 풀렸다. 직접 만나보면 진실과 가식쯤은 구분할 수 있지 않나."
-힘들 때 위로가 되는 사람은.
"가족과 친구들. 사실 힘들다는 이야기를 안 한다. 구구절절 다 털어놓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 내가 힘들다 말하는 자체가 사치라는 생각도 든다.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친구들이 어떻게 알고 노래방에 데려간다."
-노래방을 정말 좋아하나봐.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는 공간이다. 애창곡을 정해놓진 않았고 부르고 싶은 노래를 한다. 노래방이 없었다면 정말 어떻게 살았을까 싶다."
사진=이호형기자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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