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철ㆍ홍문종 등 전화 꺼놓거나 안 받고
나경원 등 비박계도 다른 일정 핑계로 불참
주요 당무 의결기구인 새누리당 상임전국위원회가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된 건 당 역사상 처음이다. 당에선 비박계 중심의 비상대책위 구성과 ‘김용태 혁신위원장’에 도장을 찍어 주지 않겠다며 친박계가 집단적으로 보이콧에 나선 데다 일부 20대 총선 낙선자들 역시 당무에 등돌리면서 ‘대형 참사’가 빚어졌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상임전국위의 재적위원은 52명이다. 그러나 이날 참석자는 18명에 불과했다. 상임전국위를 개회할 수 있는 의사정족수는 재적위원의 과반인 27명이다.
상임전국위는 국회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의원, 시ㆍ도당 위원장, 전국 여성ㆍ청년대회 선출 전국위원 등 선출 당직을 맡은 인사들이 주요 구성원이다. 당 관계자는 “의원과 원외 인사들이 모두 포함돼 있지만 수적으로 친박계가 더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당초 친박계 위원들이 상임전국위에서 반대표를 던져 ‘정진석 비대위’와 ‘김용태 혁신위’ 가결을 무산시킬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그러나 친박계는 이날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방식으로 비토 의사를 관철시켰다.
대표적인 친박계 불참 인사로는 원유철ㆍ홍문종ㆍ윤재옥ㆍ정우택ㆍ정희수 의원 등이 있다. 대다수 의원들은 전화기를 꺼놓거나 아예 받지 않았다. 친박계가 조직적으로 불참했다고 의심하는 비박계는 당선자총회를 열어 상임전국위ㆍ전국위 개최 무산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성태 의원은 “회의 무산으로 새누리당이 아니라 (당이 갈린) ‘세누리당’이 됐다”고 말했다.
회의 개최 불발이 친박계의 보이콧 탓만은 아니다. 이날 불참자 중에는 나경원ㆍ김재경ㆍ정수성 의원 등 비박계도 끼어있다. 이들은 해외에 있거나 다른 일정을 이유로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연락 두절인 이들도 있다. 상임전국위에 불참한 한 의원은 “의사정족수에 미달돼 회의 개최 자체가 안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위임장을 냈다고 주장하는 의원도 있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과거 위임장을 근거로 처리한 당헌 개정안에 대해 법원이 무효 판결한 선례를 근거로 위임장을 받지 않는다. 한 당직자는 “전날까지도 확인 결과 31명은 참석한다는 답을 들은 것으로 안다”며 “하도 황당한 사태라 뭐라 말하지도 못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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