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빙글빙글 하늘과 땅을 오가는 거대한 관람차엔 누가 타고 있을까. 휘청거리는 놀이기구에서의 낙하 체험은 어떤 느낌일까. 동화 속에서 본 듯한 신기한 풍경이 눈길을 빼앗는다. 평평한 땅을 둥글게 뭉쳐 놓았으니 자칫하면 모두 우주로 쏟아져 버릴 것 같아 아슬아슬하다. ‘지구는 둥글다’는 학설을 처음 접한 중세인들이 상상했을 지구의 모습이 바로 이런 게 아니었을까. 산과 바다, 그리고 놀이공원만 존재하는 조그만 행성, 이곳은 인천 월미도다.
신이 지구를 내려다 보는 듯 ‘전능’한 풍경은 투명한 유리 구슬 속에서 바깥 세상을 바라보는 식의 VR(가상 현실ㆍVirtual Reality) 영상을 반대로 뒤집은 합성 이미지다. 드론(Drone)을 띄워 촬영한 사진 36장을 정밀하게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나를 둘러싼 세상을 유리 구슬에 가두어 한 눈에 바라보는 또 다른 방식의 VR영상을 구현했다.
드론 띄워 찍은 사진 이어 만든 판타지 세상
신의 눈으로 세상을 내려다 보는 기분
VR을 뒤집은 또 다른 방식의 VR 영상
누구나 쉽게 영상을 찍고 즐기는 시대이다 보니 좀더 특별한 촬영 장소와 앵글, 기법에 대한 욕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만만치 않은 비용과 노력이 드는 이 ‘이미지 놀이’는 의외로 형언하기 어려운 신비감 내지는 성취감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동호회 카페 ‘드론킹’을 운영하는 이정규(39ㆍ남)씨는 “남들이 모르는 촬영 포인트를 발견하면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와 같은 감격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자, 그럼 이제 또 다른 행성들을 둘러 보자. 회색 아스팔트와 황무지가 마치 문명의 흔적만 남은 혹성 도시를 연상케 하는 이곳은 대규모 도시개발 사업인 일산 한류월드 개발 부지의 모습이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가장자리를 따라 빽빽하게 자리 잡은 아파트 단지와 들판의 비닐하우스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남한강 상류에 우뚝 선 기암괴석과 정자가 주변 마을의 잔잔한 풍경과 어울리는 ‘도담삼봉(島潭三峯)’은 시간 여행 중인 행성을 우주에서 맞닥뜨린 착각이 든다. 흘러 온 몇 백 년의 시간을 상징하듯 희미한 봉우리들이 판타지 세상을 겹겹이 둘러 싸고 있다. 행성 전체에 녹음이 우거진 듯 고즈넉한 경기 용인의 한 사찰 풍경도 눈길을 끈다.
좀더 잘 찍고 재미있게 보고 싶은 욕구가 만들어 낸 도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쏟아져 나오는 사진 영상 관련 애플리케이션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이것들을 활용해 이미지를 가지고 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별천지를 경험하게 된다. 갈수록 신기한 세상이다.

VR 카메라 없어도 VR 사진 찍을 수 있어요
한 번에 360°촬영이 가능한 VR 카메라가 없어도 VR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적당한 지점에 일반 카메라의 위치를 고정한 상태에서 수평으로 360°를 회전하며 순차적으로 촬영하고, 수직으로는 위와 아래 각각 한 컷씩 촬영한다. 이때 각각의 프레임이 30% 정도 중첩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렌즈의 화각에 따라 촬영하는 사진의 매수도 달라진다. 즉, 화각이 좁은 렌즈을 쓴다면 넓은 화각의 렌즈를 사용할 때보다 사진 매수가 늘어 날 수밖에 없다.
촬영한 각각의 사진을 정밀하게 연결(Stitching) 해 주는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한 장의 VR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피티구이(PT Gui)’라는 어플리케이션의 경우 여러 장의 사진을 ‘구(球)’ 형태로 연결하면 소행성 이미지가 만들어 지고 연결 옵션을 반대로 선택하면 일반적인 VR 즉, 유리 구슬 속에서 세상을 보는 방식의 VR 영상이 만들어진다.
드론을 활용할 경우 보다 스케일이 큰 VR 영상을 만들 수 있는데 정지비행(Hovering)이 가능한 GPS 센서형 드론을 보유하고 있다면 보다 안정적인 VR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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