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중앙회서 분리하는 법안
법사위 통과 19일 본회의에
상임위서 구조개편 대거 제외
수협중앙회에 유리하게 손질
“1조6500억 공적자금 투입되는데
도덕적 해이의 극치” 논란 거세
수협중앙회에서 수협은행을 분리하는 수협 신용ㆍ경제부문 분리 법안이 19대 국회 마지막 회기에 간신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수협은행은 2012년 농협중앙회에서 분리된 NH농협은행처럼 별도 법인으로 홀로서기를 하게 된다. 그러나 은행 분리에 필요한 수협은행 자본금 80% 이상이 공적자금으로 마련되는 상황에서 자체적인 비용절감을 위한 구조개편 방안은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거의 다 빠진 것으로 확인돼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7일 금융위원회와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수산업협동조합법(수협법)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12일)와 법사위(17일)를 잇달아 통과, 19일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본회의 통과 시 12월부터 수협중앙회 신용사업 부문은 수협중앙회 자회사 형태인 수협은행으로 탈바꿈 한다.
수협중앙회로서는 신경분리가 불가피했다. 수협중앙회는 외환위기 여파로 신용사업 부문에 대규모 부실이 생긴 2001년 예금보험공사에서 공적자금 1조1,581억원을 지원 받았는데, 2013년부터 국제결제은행(BIS)의 건전성 규제인 바젤Ⅲ가 국내 은행에 도입되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바젤Ⅲ는 공적자금과 같이 ‘상환의무가 있는 금액’을 자본이 아닌 부채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수협에 곧바로 바젤Ⅲ를 적용하면 BIS비율이 하한선인 8% 이하로 떨어지고, 은행업무 마비까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수협중앙회 신용사업 부문의 바젤Ⅲ 도입 시한을 올해 12월까지 유예해줬다. 지난해 5월에는 신경분리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수협법 개정안을 만들었다. 수협은행의 공적자금 상환 의무를 수협중앙회에 넘기고, 추가로 필요한 자본금 9,000억원을 ▦중앙회 자체 조달(3,500억원)과 ▦정부가 이자보전 방식으로 발행하는 수산금융채권 발행(5,500억원)으로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이 개정안이 이제 국회 본회의만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개정안이 수협중앙회에 유리한 쪽으로 대폭 손질됐다는 점이다. 공적자금을 통한 자본 확충 대가로 정부가 법 개정안에 넣었던 수협중앙회의 구조개편, 즉 비용절감 방안은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대거 제외됐다. 수협중앙회 감사위원회와 조합감사위원회 통합 방안이 빠진 것이 대표적이다. 수협중앙회 감사조직은 중앙회 감사위(직원 포함 43명)와 단위 조합의 조합감사위(45명)로 이분화돼 있는데, 기존 감사위 업무 70% 이상이 신용 부문 감사였다. 향후 수협은행에 별도 감사기구가 생기는 만큼 감사위 인력을 줄여 조합감사위에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었다. 하지만 농해수위는 중앙회와 단위조합의 성격이 다르다는 이유로 통합 방안을 제외했다. 자산총액 일정 규모 이상인 수협 단위조합 조합장의 비상임화 방안도 농해수위 논의 과정에서 빠졌다. 자산총액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단위조합을 선출직인 상임 조합장에 맡겨 부실화할 경우 공적자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지만, 상임위는 상임조합장의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이 방안도 거부했다.
이와 관련, 수협 사정에 정통한 정부 관계자는 “농해수위 의원들이 어업인 민심을 의식해 수협중앙회 구조개편 방안을 제외한 것 같다”면서 “특히 수협중앙회가 의원 입법을 통해 정부안과 별도의 수협법 개정안을 만들어 중앙회장 연임 가능 조항 등을 끼워넣으려 한 것은 도덕적 해이의 극치”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법 개정 후 수협중앙회에 임원 연봉 삭감 등 추가적인 비용절감 대책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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