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내에 달린 폐쇄회로(CC)TV로 기사들을 감시해온(본보 10일자 11면) KD운송그룹이 노동조합 대의원 선거 과정에서 사측에 적대적인 후보들의 사퇴를 종용한 정황 등이 나와 파장이 일 전망이다. 사용자의 노조 선거개입은 위법이다.
17일 본보가 KD그룹 계열 A고속 노조원 등을 통해 입수한 음성파일을 분석한 결과 지난 2월 진행된 대의원(37명) 선거 전후 영업소 간부들이 일부 후보의 사퇴를 회유하는 등의 내용을 확인했다.
이에 따르면 한 영업소장은 “(반대파) 한 명이 탈퇴했다고 한다. 그런 의향이 있으면 지점에 올라가면 된다. (유급을 조건으로)‘한탕(노선 한 바퀴 운행)’이라도 빼주겠다”고 대의원 후보를 설득했다.
또 다른 영업소장은 “월급쟁이로 입사한 것인데, (선거 등) 그런 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10대 미성년자도 아니고…. 각오한 것 아닌가”라고 막말을 했다. 그는 “(반대파) 분들 공약이 여기 비난하는 말 다 이런 거다. 동료 비방이 진실인지 아닌지 확인했느냐”라고 윽박질렀다.
한 노조원은 “회사 고위 간부가 직접 사측에 적대적인 후보들에게 ‘다른 회사에 조차 입사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겁을 주기도 했다”며 “생존권이 달려 노조원들이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치러진 당시 선거에는 모두 48명이 후보로 나섰지만, 사측과 현 노조집행부에 우호적인 후보(팀장급 승무사원 등) 37명이 그대로 당선됐다는 게 일부 노조원들의 전언이다. 개표 결과도 특정후보들에게 몰표가 나오는 등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사용자는 근로자가 노조를 조직하는 것에 개입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 관계자들은 노조원들의 주장을 부인했다. 취업 방해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KD그룹 한 간부는 “(취업 등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등의 말을 한 적이 없다”며 “특별한 의미 없이 노노, 노사갈등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한 적은 있다”고 해명했다.
앞서 KD그룹은 버스기사 폭행 등을 예방하기 위해 차내에 설치한 CCTV로 수년간 기사들을 감시해온 것으로 드러나 ‘노동감시’ 논란이 일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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