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러시아 등 세계 주요국들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고전 중인 리비아 통합정부(GNA)에 무기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아랍의 봄 이후 내전이 끊이지 않는 리비아에 무기 유입 통로가 열리면서 군수물자가 반군 등 무장세력으로 흘러 들어갈 경우 오히려 충돌이 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25개국 외무장관 회담을 가진 후 “리비아에 새로운 위협이 된 IS를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며 GNA가 유엔의 무기 금수조치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 모두가 회담에 참여한 가운데 “리비아 정부군ㆍ대통령 경호실의 훈련 및 장비에 대한 리비아 정부의 요청에 응답할 준비가 돼 있다”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이 채택됐다. 통합정부의 파예즈 알사라지 총리지명자는 IS와 전투에 한계가 분명하다며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 (필요한)무기 목록을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주요국 합의는 리비아 안정화를 위해 GNA의 권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판단 하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는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의 42년 독재 정권이 막을 내린 후 정정불안에 시달려 왔다. 2014년 6월 총선 시행 후 오히려 동부 지역을 장악한 토브루크의회와 서부 트리폴리의 ‘국민구국정부’ 간 분열이 공고해져 혼란이 심화됐다. 서구 주요국들은 지난 3월 유엔 중재 아래 출범한 GNA에 적극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GNA는 리비아석유공사(NOC)의 동부 지사를 장악해 독자적인 원유 수출을 꾀하는 토브루크 정부에 선제권을 빼앗기는 등 불안한 상태다.
국제사회는 정정불안을 틈타 리비아에서 세력을 확장 중인 IS와 전쟁에서 무기 지원의 정당성을 찾았지만 손바닥 뒤집듯 유엔 제재조치에 변화를 주는 모습에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2011년부터 리비아 무기 금수조치를 지속해 온 유엔 안보리는 지난해 3월 리비아 정부의 제재 해제 요청에 “무기들이 반군에 흘러갈 경우 내전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승인을 미룬 바 있다. 반군 세력 간 충돌이 여전한 상황에서 약 1년 만에 결정을 달리하면서 제재 완화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해소시키지 못하는 형국이다.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듯 “균형을 맞추는 일은 복잡하다”며 “합법적인 정부가 테러에 맞서고자 한다면 이를 유엔 조치로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고 여겨 지지 의사를 보낸다”고 설명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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