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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미식의 중심으로 돌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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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미식의 중심으로 돌진하다

입력
2016.05.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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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 8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뉴욕 베지테리언 페스티벌. 채식은 육식주의자에게도 쫓아야 할 중요한 미식 트렌드가 됐다. 김신정 제공
지난 7, 8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뉴욕 베지테리언 페스티벌. 채식은 육식주의자에게도 쫓아야 할 중요한 미식 트렌드가 됐다. 김신정 제공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뉴욕 베지테리언 푸드 페스티벌’이 7,8일 맨해튼에서 열렸다. 2011년 시작한 이래 뉴요커들의 높아진 호응도는 티켓을 사기 위해 행사장 밖으로 길게 늘어선 줄에서 엿볼 수 있었다. 행사명의 베지테리언은 채소와 더불어 유제품, 달걀 등 일부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는 채식가를 뜻하지만, 사실 120곳이 넘는 참가 업체 모두 비건(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일체 배제한 채식가)에 적합한 상품들을 선보였다.

채식가들을 위한 축제답게 단골메뉴인 에너지바, 각종 두부, 채소류의 가공식품을 비롯해 브라우니, 마카롱 등의 디저트, 허브, 과일 음료 등 온갖 식품류를 취급하는 업체들이 주축을 이루지만, 그 범위가 음식에 국한되지 않고 계속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각종 동물 보호 단체와 비건 관련 토픽에 중점을 둔 출판사,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 회사 등의 활발한 참여가 눈에 띈다.

참가 업체의 부스마다 강조하는 포인트는 대체로 자연산, 글루텐 프리, Non-GMO(유전자 변형 작물을 사용하지 않은 상품) 정도로 추려낼 수 있다. 그밖에 생식(raw food), 프로바이오틱, 발효 등 건강한 식생활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최근 들어봤을 만한 단어들이 곳곳에 나붙어 있었다. 비건 라이프 스타일 강연이 이뤄진 세 곳의 무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었던 단어들이다.

시장조사기업인 해리스 인터액티브의 조사에 따르면, 2014년 현재 베지테리언은 미국 인구의 약 1.9%, 즉 600만 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전체로 보면 일상 생활에서 엄격히 채식가로 살아가는 이들은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더 건강한 삶을 위해, 또는 환경 운동의 일부로 채소 섭취를 늘리고자 하는 욕구는 꾸준히 증가하는 듯하다. 뉴욕에서는 최근 이 변화가 더 피부로 느껴지는데, 맨해튼에서 가장 핫한 레스토랑으로 회자되고 있는 곳들이 채소요리에 중심을 둔 레스토랑들이기 때문이다.

아만다 코헨 셰프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베지테리언 식당인 ‘더트 캔디 (Dirt Candy)’는 식지 않는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초 18석에서 60석 규모의 식당으로 확장, 이전했다. 레스토랑도 트렌드에 따라 인기가 치솟았다가도 이내 수그러드는 뉴욕에서 더트 캔디는 2008년 처음 문을 연 이래 여전히 수개월전 예약이 필수인 곳이다. 당근, 버섯, 가지 등 채소 이름으로 메뉴를 나열한 이곳은 이 채소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조리 방법을 선보이는 일품요리들로 채워져 있다. 한국식 양념 치킨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듯한 매콤달콤 바삭한 ‘코리안 프라이드 브로콜리’도 더트 캔디에서 꼭 먹어 봐야 하는 인기 스낵 메뉴 중 하나로 꼽힌다.

파인 다이닝에 가까운 더트 캔디의 정반대에는 2015년 뉴욕에서 가장 성공한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 ‘바이 클로이 (by Chloe)’가 있다. 오픈과 동시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이 웨스트 빌리지의 비건 레스토랑은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시간에 쫓기는 젊은 세대가 간편하게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잡았다. 28세의 비건인 클로이 셰프가 음식은 결국 맛과 질감이 결정한다는 믿음으로 구성한 메뉴는 통통 튀는 아이디어들로 가득 차 있다. 각종 샐러드는 물론, 검은콩, 퀴노아, 고구마를 섞어 만든 패티에 아보카도 소스를 넉넉하게 올린 버거, 위스키 바비큐 소스를 듬뿍 친 버섯과 밀고기 버거는 그 맛만으로도 충분히 뉴요커를 사로잡을 만하다. 이곳에서는 ‘채식’하면 연상되는 자연주의, 제철음식, 로컬푸드와는 상반될 수도 있는 표고버섯 베이컨, 비건 치즈 등의 가공식품 사용도 마다하지 않는다.

채식을 중심으로 한 레스토랑들은 뉴욕에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채식 리가 넉넉하면서도 맛있는 한끼로 손색이 없음을 증명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선보이고 있다. 채식가이든 아니든, 2016년의 뉴욕은 이제 채식을 다양한 미식의 한 형태로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져 있는 듯하다.

김신정 반찬스토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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