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맨부커상을 받았다. 한국 작가가 유수의 문학상을 처음 받은 것만도 큰 경사인데,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터키의 오르한 파무크 등 쟁쟁한 경쟁자까지 물리쳤으니 작가 개인을 넘어 한국 문학 전체의 쾌거라 할 수 있다.
‘채식주의자’는 인간의 폭력성과 상처를 집요하게 탐구한 연작소설이다. 특정 시대와 특정 지역에 국한되는 예외적 주제를 다룬 게 아니라 누구나 공감하는 보편의 질문을 던진다. 거기에 서정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작가의 문학 세계가 더해졌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개성 있게 담아내면, 언어의 차이를 뛰어넘는 훌륭한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수상은 보여준다.
‘채식주의자’에 주어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은 영어권 이외 작가와 번역자가 공동으로 수상한다. 그만큼 번역이 중요하다. ‘채식주의자’를 읽고 일부를 번역, 영국 출판사에 보내 현지 출간을 이끌어낸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의 공로가 작가 못지않다. 이제껏 한국 문학이 노벨문학상 등의 수상에 실패한 이유의 하나로 미숙한 번역이 꼽혀온 만큼 이번에 뛰어난 번역가를 확보한 것은 큰 수확이다. 황석영, 조정래, 이문열, 이승우, 은희경, 공지영, 김영하, 천관명, 배수아, 정유정, 구병모, 편혜영 등 해외에서 주목 받는 작가가 늘어나고 있으니 번역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한국 문학이 세계로 나아가는 데 좋은 번역이 필수조건인 만큼 번역가의 발굴ㆍ육성 시스템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한국 사회가 책은 안 읽으면서 상 받기만을 바란다는 이유로 이번 수상을 불편하게 여기는 시각도 일부 있다. 실제 한국인은 평일 독서시간이 6분에 불과하고 3명 중 1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 미국의 시사교양지 뉴요커가 한국은 책은 읽지 않으면서 상 받기만 바란다고 꼬집었을 정도다. 문학 작품 독자도 외국 문학을 선호하기 때문에 베스트셀러 상당수는 외국 작품 차지다. 지난해 신경숙 표절 사건은 한국 문학에 대한 불신도 불렀다.
그런 점에서 문학계는 이번 수상을 한국 문학이 도약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작가는 좋은 작품을 쓰고 독자는 그런 작품을 적극적으로 읽어야 한다. 거기에 좋은 번역이 더해지면 문학 한류도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보이드 톤킨 맨부커상 심사위원장이 “한국의 소설 문화는 매우 강력하다”며 가능성을 인정했듯, 우리 문학계가 잘만 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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