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시ㆍ도 “부산시가 5개 시ㆍ도간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
부산시 “이번 회동으로 신공항 문제가 정치논리화 할까 우려”

정부의 영남권 신공항 입지 용역조사 결과 발표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구ㆍ경북ㆍ울산ㆍ경남 등 4개 시도지사가 17일 경남 밀양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최근 부산시와 부산정치권의 신공항 가덕도 유치를 위한 총력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날 4개 시도지사는 밀양시청 소회의실에서 비공개회의를 가진 뒤 기자회견을 열어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 추진 관련 공동성명서’를 내고 5개 시도간 합의를 깬 부산시의 유치활동 즉각 중단과 신공항을 반드시 건설하라고 촉구하며 부산시와 정부를 동시에 압박했다.
4개 시도지사는 “용역결과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부산시와 부산지역 정치권이 지난해 1월 ‘신공항 입지선정 등은 중앙정부의 평가에 맡기고 과도한 유치경쟁을 금지키로’한 5개 시도간 합의로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각종 성명서 발표와 유치기원 행사 등을 막무가내 식으로 전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부산시와 정치권의 이 같은 행태는 영남권 1,300만 시도민의 염원인 신공항 건설을 다시 무산시키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데 4개 시도가 인식을 같이한다”면서 “합의를 파기한 부산시의 유치활동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5개 시도 합의를 준수할 것을 부산시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영남권 5개 시도지사는 2011년 과도하게 신공항 유치전을 펼치다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산된 전력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지난해 1월19일 신공항 입지선정을 정부에 맡기고 과도한 유치경쟁을 금지키로 합의했다.
4개 시도지사는 “국가현안인 영남권신공항타당성검토 용역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관리ㆍ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토교통부가 부산시의 명백한 합의원칙 위반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은 명백한 정부의 책무위반”이라고 정부를 겨냥하기도 했다.
이들은 아울러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이 달려 있는 영남권 신공항은 국제적인 기준과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의해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하며, 어떠한 외부적 환경이나 정치적 여건에 구애됨이 없이 예정대로 반드시 건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긴급회동을 두고 부산시는 “지난해 합의 정신을 존중하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며 “신공항 문제가 정치논리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 경제논리로 풀어야 하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결정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오히려 경제논리로 해결할 신공항 문제가 이번 회동으로 정치논리화 될 것을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부산시는 앞서 지난 1일 서병수 부산시장이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후보지를 찾은 자리에서 ‘24시간 운영할 수 있고 안전한 곳은 가덕이 최적의 입지’라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서부산개발을 위한 일반론일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부산 정치권 등에서도 가덕신공항 유치와 관련한 활동이 늘면서 유치경쟁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인호 사하갑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겸 가덕신공항유치추진위원장은 17일 오후 부산시의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18일로 예정된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면담이 재차 연기됐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한차례 면담이 연기된 터였다. 최 당선인은 “정치논리 배제, 객관적이고 공정한 용역 진행과 용역의 평가항목, 가중치 공개 등을 요구할 계획이었다”며 “그러나 청와대 일정을 이유로 거듭 연기하면서 소통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부산시의회는 오는 23일 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신공항 가덕도 유치를 희망하는 대정부 건의문을 채택키로 했다. 이밖에 부산 상공인들과 부산시새마을회 등 국민운동단체 구성원들도 이달 들어 잇따라 가덕신공항 유치 기원 행사를 진행했다.
국토교통부는 유치경쟁 문제가 지적될 때마다 자제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하고 있지만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국토교통부 공항정책과 관계자는 “부산과 대구 등지에서 서로가 잘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인데 의견을 적극적으로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며 “어느 지역의 편을 들어준다는 시각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내달 24일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6월 말까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국토부는 이달 25일부터 27일까지 부산, 대구 등 지자체에서 추천한 지역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다. 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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