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오후 5시 15분 서울 강동구 명일동 암사대교 인근. BMW 730 차량을 몰고 가던 한모(49)씨는 뒤따라 오던 화물차가 상향등을 3, 4번 정도 갑자기 켜자 화가 났다. 격분한 한씨는 자신의 차량을 화물차 앞에 급하게 세운 뒤 화물차 운전자 A씨에게 다가가 욕설을 하고 목을 잡았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던 한씨는 자신의 차에 있던 길이 24㎝ 목검을 들고 와 A씨를 다시 위협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화물차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뒤 한씨를 입건하고 40일의 면허정지 처분을 내렸다. 경찰이 확인한 한씨의 직업은 회사원이었다.
서울 시내 난폭·보복 운전자 10명 중 4명은 한씨처럼 직업이 회사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청이 지난 2월부터 90일간 난폭·보복 운전 집중단속을 벌인 결과 450명을 입건했는데 이 중 회사원이 180명(40.0%)을 차지했다고 17일 밝혔다. 총 적발된 사람은 732명으로, 하루 평균 8.2명이 적발됐다.
입건자 직업을 보면 회사원에 이어 택시와 버스 등 사업용 운전자 72명(16.0%), 무직자 70명(15.6%), 배달원 46명(10.2%) 순이었다. 운전 횟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사업용 운전자들의 난폭·보복 운전이 많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을 빗나간 결과다. 경찰 관계자는 “평소 사업장에서 안전교육을 받는 택시나 버스기사보다 교육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일반 회사원들이 순간적인 충동과 분노를 참지 못하고 난폭·보복 운전을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입건자 중 범죄 전력이 있는 전과자가 65.8%에 달했고, 최근 3년 안에 신호위반이나 끼어들기 등 교통규칙을 위반해 통고 처분을 받은 사람도 67.3%를 차지했다.
입건자 450명의 혐의는 보복운전이 300명, 난폭운전이 150명이었다.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보복운전의 경우 ‘진로 변경과 끼어들기’(55.7%)가 주된 이유였고, 형태로는 ‘고의적인 급제동’(42.3%)이 가장 많았다.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난폭운전은 ‘급한 일’(44.7%)이라는 이유가 가장 많았고, ‘신호위반’(28.7%) 형태가 다수를 차지했다. 경찰 관계자는 “형사입건 된 운전자들에 대해 안전교육과 심리치료를 병행하는 한편 난폭·보복운전에 대한 단속도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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