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17일 국립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과 제13회 한센인의 날을 맞아 기념행사가 열렸다. 행사에는 황교안 국무총리, 양승조 황주홍 송영길 신문식 의원, 이낙연 전남도지사, 박병종 고흥군수 등을 비롯해 전국 한센인가족, 지역민 등 5,000여명이 참석했다.
황 총리는 축사에서“소록도병원은 100년에 이르는 세월 동안 한센인들이 의지하며 희망을 키울 수 있는 보금자리가 돼 왔다”며 “한센인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며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소록도가 격리와 소외의 섬이 아니라 치유와 희망의 상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남지사는 “소록도를 국가정원으로 지정하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는 등 세계의 소록도로 가꿔가야 한다”며 중앙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이길용 한국한센총연합회장은 “오늘은 가장 슬픈날이자 기쁜날이다”며 “100년전 이곳에 강제 수용돼 노역과 온갖 박해를 당했지만 이제는 소외의 굴레에서 벗어나 희망의 터전으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기념식에는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40여년 동안 소록도 한센인을 돌본 ‘한센인의 천사’, ‘할매 수녀’ 마리안느 스퇴거 수녀도 특별 초청돼 100주년 행사를 빛냈다. 한센인의 권익과 복지 증진을 위해 노력해 온 김정희 아프리카 어린이 돕는 모임 대표 등 유공자 8명에 대한 훈·포장 및 표창도 수여됐다.
한센인의 생활유품, 창작품 등의 100년 역사를 기록할 한센병박물관도 이날 일반인에 첫 공개됐다. 박물관은 한센병, 인권, 삶, 국립소록도병원을 주제로 역사적 자료가 전시된다.
16일 시작된 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 행사는 18일까지 이어진다. 18일에는 영국, 뉴질랜드, 일본 등 국내외 한센병 전문가 30여명이 참석해 한센 역사·인권, 의료, 재활 등을 논의하는 재활분야 국제학술대회가 열린다. 이어 어린이 초청 매직버블쇼, 문화 투어 등이 예정돼 있으며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고흥군도 지난 16일부터 마리안느·마가렛 수녀와 병원 약무사로 활동했던 원불교 김혜심 교무에게 명예군민증을 수여하고 전국 한센인과 함께 오마간척 한센인 추모공원을 방문하는 등 다양한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박형철 소록도병원장은 “한센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해소하고 인권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100주년 기념행사를 마련했다”며 “소록도가 한센인의 삶을 대변하고 치유하는 인권·역사·문화·봉사가 한데 어우러지고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섬과 병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소록도=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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