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판매중단ㆍ회수 명령 내려
내달 살생물제 전수조사에 착수
“페브리즈 유해성분 기준치 이내”
옥시레킷벤키저의 가습기 살균제에 쓰인 유독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신발 탈취제에서 검출되는 등 화학물질 안전기준을 위반한 7개 생활화학제품이 적발됐다. 소비자들의 화학물질 공포가 확산되면서 환경부는 다음달 살생물제(Biocide) 전수조사에 착수한다.
환경부는 지난해 7월~올해 1월 탈취제와 세정제 등 생활화학제품 331개에 대해 안전기준 위반 여부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10월부터 판매된 바이오피톤사의 신발 탈취제 ‘신발무균정’에서 PHMG와, 같은 계열의 염산폴리헥사메틸렌비구아니드(PHMB)가 검출됐다고 17일 밝혔다. PHMG는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제품에 사용돼 103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유독물질로 모든 생활화학제품에 사용이 금지돼 있다. 그럼에도 제품에는 ‘인체에 무해한 성분으로 안전하다’는 문구와 국가통합인증마크(KC)가 버젓이 찍혀 있었다.
필코스캠사의 에어컨 탈취제 ‘에어컨 히터 살균 탈취’는 유독물질인 트리클로로에틸렌(TCE)의 농도가 기준치(0.1㎎/㎏ 이하)를 40배나 초과했고, 뉴스토아사가 수입한 섬유 탈취제 ‘Awesome FABRIC’은 포름알데하이드가 기준치(12㎎/㎏ 이하)를 27배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염산ㆍ황산 허용 기준을 7배 초과한 배수관 세척제 ‘MELT’ 등 세정제 3종, 무균상태로 판매돼야 하지만 세균이 검출된 문신용 염료 ‘NANO Dark Brown’도 적발됐다. 정부는 7개 제품에 대해 즉시 판매 중단 및 회수 명령을 내렸다.
논란이 일고 있는 한국P&G 페브리즈 제품의 유해 성분은 기준치를 넘지 않은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페브리즈 섬유탈취제에 함유된 4급 암모늄 클로라이드(DDAC)는 2012년 환경부가 지정한 유독물질이지만,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허용한 기준(0.33%)보다 적은 0.14%가 포함돼 인체 유해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공기탈취제 페브리즈 에어의 벤조이소치아졸리논(BIT) 함유량은 0.01% 수준이다. 그러나 홍정섭 환경부 화학물질정책과장은 “두 물질의 흡입독성에 대한 자료가 없어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화학제품에도 유해 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자 소비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회사원 한모(28)씨는 “당장 차에 있는 방향제와 사용 중인 섬유탈취제를 내다 버릴 생각”이라며 “대체품이 없어 불편해도 건강을 위해 참겠다”고 말했다. 주부 신경숙(51)씨도 “헤어 스프레이나 모기향은 안전한지 의심스럽다”고 불안을 호소했다.
이런 우려 속에 환경부는 살생물 성분이 들어간 소독제 방충제 방부제부터 시작해 생활화학제품 전수조사를 벌인다. 제품 성분에 대한 독성검사 자료를 조사하고, 유해성을 판단할 자료가 없으면 직접 검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올해까지 조사를 완료하고, 내년에는 살생물 성분이 들어간 일반 공산품으로 조사를 확대한다.
한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원내대표에게 10대 요구안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 제정, 청문회ㆍ국정조사 개최, 국회 특위 설치, 윤성규 환경부 장관 해임, 징벌적 손해배상제 마련 등을 촉구했다.
세종=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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