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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한국문학 수상, 앞으론 낯설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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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한국문학 수상, 앞으론 낯설지 않을 것”

입력
2016.05.1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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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16일 런던에서 수상작 '채식주의자'를 들고 서 있다. 런던=연합뉴스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16일 런던에서 수상작 '채식주의자'를 들고 서 있다. 런던=연합뉴스

“올해의 수상작은~” 16일 저녁 영국 런던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에서 열린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부문 시상식장에서 심사위원장인 인디펜던트 문학담당기자 보이드 톤킨은 연단 서랍에 있던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를 빼내 들며 말했다. “바로 이 책입니다.”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 왔다.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세계 3대 권위의 문학상으로 꼽히는 맨부커상 수상자로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객석의 열기와 대조적으로 수상자인 한강 작가는 차분했다. 공동수상한 번역자 데버러 스미스가 눈물을 흘릴 때도 작가는 미소를 지으며 그를 다독일 뿐이었다.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 앞에서도 평정을 잃지 않고 신중하게 말을 이어갔다.

한강은 수상 이유를 묻는 질문에 “좋은 번역자와 편집자를 만난 것이 행운이었다”며 자신 외에도 “한국에서 묵묵히 자신의 글을 쓰고 있는 동료 선후배 작가들을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이런 일들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한국문학에 대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한강 작가와 함께 후보로 올라온 이들은 노벨상 수상작가인 터키의 오르한 파무크와 중국 문단 최고의 작가로 꼽히는 옌렌커 등이다. 이제 막 영미권에 소개되기 시작한 한국 작가의 수상이 그래서 더욱 놀랍고 큰 무게로 다가온다. 심사위원장 톤킨은 “맨부커 인터내셔널을 수상할 가치가 충분한, 잊혀지지 않는 강력하고 근원적인 소설”이라며 “압축적이고 정교하고 충격적인 이야기로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묘한 조화를 보여줬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채식주의자’는 2004년 문예지에 발표돼 2007년 단행본으로 출간된 연작소설집이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1월 포르토벨로 출판사를 통해 데버러 스미스의 번역으로 출간됐다. 어린 시절 폭력의 트라우마로 육식을 거부하게 된 여자 영혜가 나무가 되기를 꿈꾸는 내용을 환상적이고 괴이한 분위기로 그려냈다. 작가는 “내 소설은 상업성이나 대중성이 없는 소설이며 인간에 대한 질문들을 붙잡고 씨름하는 소설들”이라며 “만약 이번 수상을 계기로 독자들이 소설 읽기를 좀 다르게 생각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채식주의자’에 대한 해외의 열기가 감지된 것은 올해 초부터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월 초 ‘채식주의자’의 현지 출간에 맞춰 ‘초현실주의에 뿌리를 둔 폭력적이고 관능적인 소설’이라는 기사를 통해 작품을 극찬했다. 기사 속에서 미국의 소설가 에이미어 맥브라이드는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산문과 믿을 수 없을 만큼 폭력적인 내용의 조합이 충격적”이라며 작문 테크닉도 놀라울 정도라고 칭찬했다.

앞서 지난해 1월 ‘채식주의자’가 출간된 영국에서도 유력 언론들이 관심을 보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올해 1월 현지 출간된 한강의 ‘소년이 온다(Human Acts)’와 ‘채식주의자’를 한데 묶어 비중 있게 소개했고, 가디언도 작가 인터뷰로 한 면 전체를 할애하며 영국 현지에서 한강 소설 예찬자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외 문학출판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채식주의자’의 인기 요인은 주제의 보편성이다. 한국 전쟁이나 남북 분단을 다룬 소설의 경우 한국 역사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으면 읽기 어렵지만 ‘채식주의자’는 폭력과 상처라는 인류 보편의 고민을 담고 있기 때문에 시공간을 초월해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응교 문학평론가는 육식을 거부하는 딸을 때리고 사람을 문 개를 오토바이에 묶어 끌고 다닌 영혜의 아버지가 인간의 폭력을 상징한다며 이를 “한강 소설의 핵심 주제”로 보았다.

한강 작가의 수상으로 국내 다른 작가들의 해외 진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스미스는 현재 배수아 작가의 장편소설 ‘에세이스트의 책상’과 ‘서울의 낮은 언덕’을 번역 중이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스미스의 틸티드 악시스 출판사를 지원해 2018년까지 김연수, 황정은 등의 작품을 영국에서 출간할 계획이다.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은 “한국문학이 도약할 수 있는 커다란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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