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에게 음반은 기록같은 존재잖아요. 제 나이에 할 수 있는 연주를 기록으로 남겨서 기쁩니다.”(문웅휘)
김재영 김영욱(바이올린) 이승원(비올라) 문웅휘(첼로)로 구성된 현악 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이 최근 음반 ‘노부스 콰르텟 #1’을 전 세계 동시 발매했다. 2013년 KBS1 FM에서 발매한 ‘한국의 클래식 내일의 주역들’에서 여성 실내악그룹 트리오제이드와 함께 베토벤 현악사중주 5번, 프로코피예프 소품 음반을 낸 적 있지만, 단독 앨범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17일 서울 광화문 문호아트홀에서 기자들과 만나 “베를린에서 유학 중인데, 음반 사러만 가봤던 레코드 가게에 저희 음반이 꽂힌다니까 설렜다”(이승원)고 말했다.
이번 앨범은 르네 야콥스, 조르디 사발의 음반을 만든 세계적인 명 프로듀서 이콜라 바로톨로메가 직접 녹음을 제안해 제작됐다. 바로톨로메는 우연히 유튜브에서 차이코프스키의 현악사중주 1번을 연주하는 노부스 콰르텟의 모습을 보고 직접 연락을 했다. 리더인 김재영은 “일본의 도쿄 콰르텟이 은퇴한 이후 저희를 아시아 대표 사중주단으로서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앨범에는 베베른의 ‘느린 악장’,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11번과 윤이상의 현악사중주 1번, 한국민요 아리랑이 실렸다. 문웅휘는 “첫 음반인 만큼 클래식을 하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초로 녹음된 윤이상의 현악사중주 1번은 윤이상의 작품 중 잘 알려지지 않은 곡으로 베를린에 있는 윤이상 재단의 도움을 받아 힘들게 악보를 구했다. 세계 최대 음악출판사인 부지 앤드 혹스에서 특별히 나서 악보를 새로 인쇄, 발매해 준 것은 독일에서도 큰 뉴스가 됐다. 김재영은 “처음 소리를 맞춰 봤을 때, 이건 그냥 한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악장은 민요에서 따온 듯한 선율이 많고, 3악장에는 외줄타기, 마당놀이, 사물놀이 같은 전통의 소리가 추가된다”고 소개했다. 프랑스 아파르테 레이블과 이번 앨범을 시작으로 3년 동안 세 장의 음반 발매를 계약했다. 다음 달 중순에 프랑스 파리에서 두 번째 앨범 녹음을 시작한다. 10월께 발매 예정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으로 2007년 결성된 노부스 콰르텟은 2012년 독일 ARD 국제 음악 콩쿠르 2위, 2014년 제11회 모차르트 국제 콩쿠르 1위 등을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2014년 세계적인 매니지먼트사인 짐멘아우어와 계약 이후, 해외 유명 콘서트홀과 페스티벌에서 잇따라 공연하며 주가를 높이고 있다. 6월 라이프치히 바흐 페스티벌과 일본 산토리홀 실내악 가든 축제 출연에 이어 한국에서는 8월 27일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함께 ‘쇼스타코비치’ 연주회를 연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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