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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최상류 봉화 계곡이 썩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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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최상류 봉화 계곡이 썩고 있다

입력
2016.05.1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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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축산폐수 수백~1000톤 무단투기

봉화군, 주민 신고로 현장 확인 불구

고발도 않고 기껏 “탱크로리 업자 과태료 40만 원”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 상류인 봉화군 봉화읍 도촌리 산 기슭의 한 논에 지난 4월 누군가 무단으로 버린 축산폐수가 범벅이 돼 있다. 주민 제공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 상류인 봉화군 봉화읍 도촌리 산 기슭의 한 논에 지난 4월 누군가 무단으로 버린 축산폐수가 범벅이 돼 있다. 주민 제공
봉화 도촌리 야산의 중턱을 밭으로 만들기 위해 산을 깎아 낸 흔적이 있고 진입로가 파헤쳐졌다. 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봉화 도촌리 야산의 중턱을 밭으로 만들기 위해 산을 깎아 낸 흔적이 있고 진입로가 파헤쳐졌다. 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낙동강으로 흘러 드는 영주댐 상류 산간지역에 대량의 폐기물처리업자가 대량의 축산폐수를 무단 투기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경북 봉화군은 주민신고를 받고 현장조사를 하고도 논둑을 높이는 조치만 취해 미온적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무단으로 산림을 훼손한 뒤 밭을 개간한 사실도 확인돼 낙동강 수질 보전을 위한 강력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경북 봉화군 봉화읍 도촌리, 속칭 무덤골의 한 야산. 17일 찾은 산 기슭에서 내려다 본 계곡 주변은 평화롭기 그지 없어 보였다. 논밭엔 농작물이 자라고, 산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은 낙화암천과 내성천을 거쳐 낙동강으로 흘러 들고 있었다.

하지만 논밭 가운데 이상한 곳이 보였다. 대부분의 논에는 이미 모내기가 끝이 났지만, 몇몇 군데는 시커먼 빛을 띤 채 방치돼 있었다. 가까이 가자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악취가 났다. 축산폐수와 빗물이 범벅이 돼 있었다. 인근 밭에도 축산폐수를 뿌린 흔적이 눈에 띄었다. 인근 도랑물도 탁한 물이 낙화암천으로 흘러 들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비가 오면 그대로 논둑을 넘어 계곡으로 흘러들 것 같아 보였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이 지역 축산폐수 무단투기는 지난해 12월쯤 한 폐수처리업자가 탱크로리로 싣고 와 마구 버렸다. 업자는 논에 폐수를 버린 뒤 넘치게 되자 주변 밭에도 뿌린 것으로 드러났다. 축산폐수 무단 투기 면적은 밭을 제외하고도 3,000㎡에 이른다. 논둑이 넘칠 정도로 버렸다는 주민들 말로 미뤄 수백 톤에서 1,000톤에 육박하는 축산폐수가 버려진 것으로 추산된다. 해양투기가 금지되면서 처리비용을 아끼려는 축산업자와 수집ㆍ운반업자 등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민 신고를 받은 봉화군은 현장조사를 거쳐 폐수를 버린 탱크로리 운전사에게 40만 원의 과태료만 부과한 뒤 논 주인을 통해 폐수가 넘치지 않도록 둑을 높이는 것으로 끝내 봐주기 의혹을 사고 있다.

주민들은 “축산폐수를 톱밥이나 왕겨 등과 섞어서 충분히 썩히지 않으면 독성이 강해 농작물을 재배할 수 없다”며 “땅 주인이 얼만지 몰라도 돈을 받고 무단투기를 묵인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환경전문가들에 따르면 축산폐수는 폐수 중에서도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 10만ppm이 넘을 정도로 가장 골치 아픈 폐수다. 이 같은 폐수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낙동강 녹조현상 등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낙동강 수질을 위협하는 요인은 또 있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농로에서 밭을 거쳐 산중턱에 이르는 진입로와 소나무 숲 산을 중장비가 드나들면서 파헤친 뒤 밭이 조성됐다. 진입로는 폭 4m 길이 100m, 밭으로 만들어진 곳은 폭 20m 길이 100m 정도로 상당부분이 소나무와 잡목으로 이루어진 산이었다. 경작을 위해 비료를 주고 하면 빗물에 영양염류가 씻겨 내려가 낙동강 수질오염을 초래하게 된다. 봉화군은 이 지역에 산림훼손이나 개간 허가를 내 준 적이 없다고 밝혀 무단 개간으로 보인다.

봉화군 관계자는 “2012년과 2014년 항공사진으로도 현장이 달라진 면이 있다”며 “확인을 거쳐 경찰에 고발하는 한편 원상회복을 명령하겠다”고 말했다.

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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