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번 사람을 미행한 적이 있다. 미행한 사람은 동네에서 미저리로 통했다. 미저리는 캐시 베치츠가 주연한 한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데, 주인공 캐릭터와 그녀가 많이 닮았다고 생각한 사람이 붙인 별명이다. 그녀는 집에서 기르는 개의 상처를 직접 실과 바늘로 꿰맸고, 새끼를 받아 파는 목적으로 기르는 개들을 자주 학대했다. 남이 기를 수 없어 주는 어떤 종류의 개도 마다하지 않는 그녀는, 새끼 고양이를 잡아 시장에 내다 팔기도 했다. 여러 번 그걸 봤다는 할머니들의 말에 의하면, 새끼고양이는 시장에서 한 마리에 오천 원에 거래된다고 했다. 그날, 집을 나서는 그녀는 분명히 어딘가에 있다는 빈집에 숨겨뒀을 동물들에게로 가는 행세였다. 우연히 그걸 봤던 나는 그 집을 알아내서 누차 내게 부탁했던 한 이웃에게 알려줄 작정이었다. 미행을 하기에 내 시력은 나빴고, 그녀는 매의 눈을 가졌기 때문에 나는 되도록 멀리 떨어져서 그녀를 따라갔다. 새끼고양이를 귀신처럼 잡는다는 그녀는 느릿느릿 걷다가 사직대로에 있는 빌딩 앞에 털썩 주저앉아 일어나지 않았다. 그 옆 아파트 화단에 숨어 한 시간 가까이 훔쳐보던 나는 피로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해 미행을 포기하고 그리로 가 보았다. 믿어지지 않게도 그녀는 도로에 놓인 큼직한 빈 화분마다 꽃모종을 심고 있었다. 그 뒤 두 계절 동안 그녀가 심은 꽃을 보며 지나다녔으니 인간의 이중성이란 참으로 기묘하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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