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가 제69회 칸국제영화제(칸영화제)에서 베일을 벗었다. 평단의 반응은 호불호였다.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받으며 칸의 문제적 영화로 떠올랐다.
'아가씨'는 칸영화제 메인상영관인 프랑스 칸 르미에르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났다. 같은 날 오전 8시30분 진행된 기자시사회 이후 두 번째 상영이자, 일반인에겐 처음 영화가 공개되는 자리였다. 영화는 한국작품으로는 4년 만에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국내 영화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박 감독은 출국 전 제작보고회에서 "권선징악 줄거리 등 상업영화 요소가 강해서 칸에 초청되도 비경쟁 부문이겠구나 생각했다"면서 수상의 기대보다 초청 자체에 기쁨을 내비쳤다.
내용은 부모를 일찍 여의고 후견인인 이모부(조진웅) 밑에서 자란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와 재산을 노리고 접근하는 백작(하정우), 소매치기 신분을 숨기고 아가씨의 하녀가 된 숙희(김태리)가 서로를 속고 속이는 통속극이다.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한다. 상영 중엔 웃음과 탄성이 객석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영화가 끝나고 관객들은 예를 갖춰 5분 여간 기립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러닝타임 145분을 견디지 못하고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관객들도 있었다.
반면 호평도 굉장했다. 베니스 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 엘레나 폴라끼는 "예상을 넘는 파격에 놀라웠다. 아름답게 담긴 영상미는 두말할 필요 없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극찬을 쏟아내고 있다. 박 감독의 차기작은 꼭 베니스로 초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폴란드 바이어는 "환상적인 걸작이다 .모든 장면에서 만족했고 숨겨진 더 깊은 의미가 있는 것처럼 보여졌다. 서재로 상징된 문화는 여성의 감옥이고 남성이 만들어낸 지옥이다. 황금종려상을 받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극찬했다.다수의 해외 매체들은 리뷰기사에서 히데코와 숙희의 동성애 장면을 필수로 언급하며 그 수위가 상당하다고 말한다. '포르노', '페미나치'라는 자극적인 용어로 표현한 곳도 더러 있었다. 영화전문 매체 더랩은 "아름답고 놀랍지만 그럼에도 점점 지루해진다"며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현지의 극과 극 반응은 점수에 그대로 반영됐다. 가디언즈, 시네뷰는 별점 5점 만점에 4개를 줬다. 영화전문지 스크린인터내셔널이 발표하는 스크린데일리 별점(세계 13개 매체 점수 합산 평균)은 4점 만점에 2.2점으로 중위권 수준이다. 박 감독의 전작 '올드보이'와 '박쥐'가 받은 2.4점과는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르 필름 프랑세즈(프랑스 영화매체 평가)는 평균 1.73점이라는 최하위 점수를 부여했다.
별점이 수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무시할 수는 없다. 여성 동성애 코드의 영화를 따져 보면 지난해 '캐롤'은 그해 스크린데일리 최고점인 별점 3.5점을 받았고, 여배우 루니 마라는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2013년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당시 스크린데일리 최고점 별점 3.4를 획득했다.
올해 유력한 황금종려상 후보는 독일의 마렌 아데 감독의 '토니 어드만'이다. 다 큰 딸에게 장난스럽게 다가가려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코믹하고 따뜻하게 그려냈다. 스크린데일리 별점 3.8로 근래 들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르 필름 프랑세즈 평점도 가장 높은 2.86으로, 전 세계 외신들의 극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아가씨'는 쟁쟁한 후보작들 사이에서 상을 거머쥘 수 있을까. 수상 여부는 폐막식이 열리는 22일 오후 발표된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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