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저녁 영국 런던 빅토리안&앨버트 뮤지엄에서 2016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호명되자 사방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강 작가와 함께 수상한 영국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는 울음을 터뜨렸고 한강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다독였다.
한국 작가가 세계 3대문학상으로 꼽히는 맨부커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벨상 수상작가인 터키의 오르한 파묵과 중국 문단 최고의 작가로 꼽히는 옌렌커 등을 제치고 이제 막 영미권에 소개되기 시작한 한국 작가가 수상했다는 점에서 더 큰 무게를 지닌다.
발표자리에서는 ‘채식주의자’에 대한 상찬이 이어졌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영국 인디펜던트 문학 선임기자 보이드 턴킨은 수상작에 대해 “맨부커 인터내셔널을 수상할 가치가 충분한, 잊혀지지 않는 강력하고 근원적인 소설”이라며 “압축적이고 정교하고 충격적인 이야기로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묘한 조화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간결하고 아름답게 구성된 이야기는 한 평범한 여성이 자신의 집과 가족, 사회를 묶는 모든 관습을 거부하는 과정을 그린다. 서정적이면서 동시에 날카로운 스타일의 이 소설은 독자들의 마음 속이나 꿈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상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작가는 “좋은 번역자와 편집자를 만난 것이 행운이었다”며 “한국에는 나 외에도 훌륭한 동료와 선후배 작가들이 많다”고 겸손해 했다. 또 “앞으로 이런 일들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채식주의자’는 2004년 문예지에 발표돼 2007년 단행본으로 출간된 연작소설집이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1월 포르토벨로 출판사를 통해 데보라 스미스의 번역으로 출간됐다. 어린 시절 폭력의 트라우마로 육식을 거부하게 된 여자 영혜가 나무가 되기를 꿈꾸는 내용을 환상적이고 괴이한 분위기로 그려냈다. 작가는 “내 소설은 상업성이나 대중성이 없는 소설이며 인간에 대한 질문들을 붙잡고 씨름하는 소설들”이라며 “만약 이번 수상을 계기로 독자들이 소설 읽기를 좀 다르게 생각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맨부커 수상이 국내 문학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작가는 “(한국에서) 묵묵히 자신의 글을 쓰고 있는 동료 선후배 작가들을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수상 소식을 들은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은 “대단한 쾌거다. 맨부커상은 제2의 노벨문학상”이라며 “한국문학이 도약할 수 있는 커다란 발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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