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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악동 옥바라지 골목, ‘구본장 여관’ 강제퇴거

입력
2016.05.1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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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철거 막겠다”

강제퇴거 집행 전 구본장 여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강제퇴거 집행 전 구본장 여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종로구 무악동 ‘서대문형무소 옥바라지 여관골목’에서 이 지역 재개발사업조합이 주민들을 강제 퇴거시키다 주민ㆍ시민단체와 충돌했다.

옥바라지 골목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등 서대문형무소 수감자의 가족이 생활하며 옥바라지를 한 것으로 알려진 무악동 46번지 일대를 말한다.

재개발사업조합측 용역업체 직원 40여명은 17일 오전 6시40분경 옥바라지 골목에서 퇴거에 불응하고 농성하던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 50여명을 끌어내고 마지막까지 헐리지 않았던 구본장 여관에 진입해 집기를 들어내는 등 강제퇴거를 진행했다.

주민과 녹색당ㆍ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 등으로 구성된 ‘무악동 옥바라지 골목의 재개발을 반대하는 비상대책주민위원회’는 “폭력적인 강제집행 중단하라”고 소리치며 용역업체 직원들과 1시간30분 가량 대치했으나 강제집행을 막지 못했다. 몸싸움 과정에서 용역업체 직원이 현장에 소화기를 분사하기도 했으며 대치 도중 평소 지병이 있다는 주민 1명이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옥바라지 골목이 포함된 무악2구역 재개발지구의 재개발사업조합은 주민들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내 최근 승소했다. 주민에게 11일까지 자진 퇴거하라고 요구하는 강제집행 예고장을 지난 4일 보냈으나 이에 응하지 않자 이날 강제집행에 나섰다. 재개발 시행사인 롯데건설은 무악2지구 약 1만㎡에 아파트 195가구를 지을 예정이다. 그러나 대책위는 옥바라지 골목은 백범 김구 선생이 서대문형무소에 갇혔을 때 어머니 곽낙원 여사가 삯바느질해가며 옥바라지를 하는 등 독립투사와 가족들의 애환이 서린 100년 역사의 현장이므로 보존해야 한다며 재개발을 반대해 왔다.

이와 관련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보고를 받고 오전 11시40분경 현장을 찾아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 이 공사는 없도록 하겠다. 내가 손해 배상을 당해도 좋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5시20분 시장실에서 대책위 관계자들과 면담할 계획이었다.

서울시는 가옥주, 세입자, 공무원 등이 함께하는 무악2지구 사전협의체를 세 차례 열었고 ‘합의 없는 강제철거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철거유예공문을 종로구청에 네 차례, 롯데건설에 한 차례 보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이 주민들과의 현장 면담을 통해 합의 없는 강제철거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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