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장 전경/사진=아크로cc
지난 9일 국민권익위원회가 김영란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하면서 한국 경제계가 또 한 번 술렁이고 있다. 김영란법은 공직사회뿐 아니라 교직, 언론 등 전반에 걸쳐 부패를 척결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했으나 논란 끝에 14개월여 만인 9일 당초 법 취지에서 크게 후퇴한 시행령을 내놨다.
그럼에도 각계의 반발이 거세다. 시행령에 따르면 공직자나 언론인ㆍ사립학교 교사 등이 직무 관련인에게 3만원 이상의 식사대접을 받으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까지만 받을 수 있다. 원안에서 후퇴하고 공무원 행동강령보다도 완화됐다는 평가이지만 시행을 앞두고 업계는 물론 정부까지 나서 내수 위축을 이유로 법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올해 들어 국내 경기가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데다 앞으로도 개선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이유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접대' 이미지가 큰 골프장 역시 상당부분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급스럽고 비공개로 운영하는 회원제 골프장의 경영 타격이 불가피하다. 코스 관리 상태와 서비스가 좋은 회원제 골프장에서 주말 접대 골프를 치면 1인당 대략 50만원 가량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김영란법에 저촉된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등이 동일인으로부터 한 번에 100만원, 1년에 3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형사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1명으로부터 접대 골프를 5∼6번 받으면 300만원을 넘는다.
이에 따라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지난해 11월 '2016년 골프회원권 값 전망'을 발표하며 김영란법이 발효될 시 접대 골프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므로 골프회원권 값이 20∼30%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접대 골프 이용객이 연간 100만~150만명으로 추정되는 회원제 골프장의 영업 이익률은 2014년 -4.7%대로 적자 전환했지만 내년에는 김영란법 등의 영향으로 -12%까지 떨어질 것으로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관측하기도 했다.
그러나 꼭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라는 시각도 설득력을 얻는다. 김영란법이 오히려 골프 대중화에는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골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개선의 효과는 물론 결국 살아남기 위해 회원제 골프장이 그린피를 대중제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수준을 밟을 거란 업계의 관측이다. 회원제 골프장 비회원 평균 21만원에 이르는 그린피가 내려가면 자연히 경쟁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 대중제 골프장의 그린피도 동반 하락해 골프 대중화에 기름을 부을 공산이 크다.
지난해 국내 골프장들의 영업실적은 골프장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인하 경쟁에도 불구하고 영업일수 증가에 힘입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측은 139개 회원제 골프장(제주권 제외)의 지난해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0.4%로 2014년(-4.7%)보다 4.3% 포인트 상승했고 112개 퍼블릭 골프장의 영업이익률도 28.5%로 2014년(27.5%)보다 1.0% 포인트 올랐다고 전했다.
작년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한 6개 골프장의 경영실적도 흑자 전환했다. 2014년의 영업이익률은 -18.9%에서 지난해에는 26.9%로 크게 개선됐다. 세금이 대폭 줄어든 데다 입장료 인하로 이용객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즉 해답은 이용객의 증가에 있단 뜻이다. 김영란법이 사치스럽고 부정적인 골프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상호 경쟁에 따른 가격 인하 효과를 이끌어낸다면 더 많은 내장객이 골프장을 찾아 수익성을 호전시키게 된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김영란법은 골프의 대중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며 "크게 두 가지다.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에 대한 그린피 덤핑이 일반화되고 경영이 어려워진 회원제가 퍼블릭으로 전환하면서 대중화를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접대 수요의 빈자리가 개인 수요로 채워지면서 국내 골프장 산업이 정상화되는 긍정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