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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 왜 지금까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나

입력
2016.05.1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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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영국의 번역자 데보라 스미스. 한국문학번역원 제공
한강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영국의 번역자 데보라 스미스. 한국문학번역원 제공

한국 문학이 세계적으로 인정 받을 만큼 우수하다면 왜 지금까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까. 한강 작가의 맨부커상 수상 뒤에는 데보라 스미스라는 20대의 뛰어난 번역가가 있었다.

수상작 ‘채식주의자’는 이미 베트남, 스페인, 중국, 포르투갈, 폴란드에서 출간된 바 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빛을 본 것은 스미스가 ‘채식주의자’에 흥미를 보이고 자신이 번역한 샘플본을 2013년 영국 포르토벨로 출판사에 보내면서다. 편집자는 텍스트와 뛰어난 번역에서 성공을 감지했고 2015년 1월 ‘The Vegetarian’이란 제목으로 책을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영문학을, 런던대 SOAS 한국문학 박사과정을 졸업한 데보라 스미스는 올해 28세의 젊은 번역가다. 문학에 열정이 컸던 스미스는 현대 번역문학을 즐겨 읽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어를 전혀 모르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외국어를 배워 문학 전문 번역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그가 한국어를 택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이나 한국문학에 대해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책을 읽어본 적이 없는 나라 중에서도 한국이 상대적으로 부유한 선진국인 것으로 보아 문학계가 활발할 것으로 짐작했다”고 말한다. 런던대 SOAS의 한국학 석사과정을 시작한 그는 박사과정 2년째에 들어서야 한국 소설을 읽을 수 있게 됐다.

그가 한국 문학 전문 번역가로 자리를 굳힌 것은 2014년 런던 도서전을 통해서다. 당 행사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지정되자 관계자는 영국에서 활동하는 한국문학 번역자를 급히 수소문했는데, 마침 바로 전 해 스미스가 ‘채식주의자’ 영역 샘플을 현지 출판사에 보내 출간이 성사된 것이다. 스미스는 이를 “상상 이상의 행운”이라고 불렀다.

“번역도 창작이며 예술적인 과정”이라고 믿는 스미스의 번역관은 한국 작가들 중에서도 시적이고 관념적인 문체를 구사하는 작가의 작품과 만났을 때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그가 한강과 더불어 관심을 갖고 있는 한국 작가는 배수아다. 그는 “배수아의 작품은 매우 실험적이고 난해한 소설이기에 그에 맞는 가장 이상적인 출판사에게 권유하여 설득시키는 과정에 많은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이런 과정에서 출판계 지인들이 배수아 작가의 팬이 되도록 하는 데 노력했다”고 말했다.

스미스는 올해 박사과정을 졸업하고 전업 번역가이자 출판인으로 나서게 된다. 직접 비영리 출판사 틸티드 악시스를 설립해 이끌고 있는 스미스는 한국과 더불어 풍부한 문학자원을 가진 다양한 국가의 숨겨진 작품들을 발굴할 다짐을 밝혔다. 최근에는 이인성의 ‘낯선 시간 속으로’와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의 번역 샘플을 만들어 미국 출판사에 보내려고 준비 중이다. 스미스는 틸티드 악시스를 통해 1년에 4권의 책을 펴내되 그 중 한 두권은 한국 소설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틸티드 악시스의 좌우명은 ‘더 적게 출판하면, 더 좋게 출판할 수 있다’이다”라며 “나의 목적은 문학을 마치 무엇과도 상관없이 바꿔칠 수 있는 물품처럼 다루는 ‘상업 검열’에 반대하여, 번역을 예술행위로 승화시키고 세계적인 독자들 사이에 깊은 생각의 이야기꽃을 피우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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