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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그니타스

입력
2016.05.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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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5월 17일

스위스 조력자살협회 ‘디그니타스’가 1998년 오늘 문을 열었다.
스위스 조력자살협회 ‘디그니타스’가 1998년 오늘 문을 열었다.

존엄사나 조력자살 같은 낱말들이 들려온 지는 꽤 됐지만, 아직은 조심스러워하는 나라가 다수다. 한국선 공동체 차원의 진지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일명 웰다잉법)’은 말 그대로 연명치료 중단에 한정된 극히 소극적인 진전이었지만, 거기에도 종교단체는 반발했다.

스위스 비영리 조력자살 협회 ‘디그니타스(DIGNITAS)’는 1998년 5월 17일 문을 열었다. ‘존엄하게 살고 존엄하게 죽기 위해서’라는 모토로, 인권변호사 루드비히 미넬리(Ludwig Minelli)가 설립한 단체다. 회복 가능성이 희박한 말기 환자나 등 신체ㆍ정신적 질환자, 또 이런저런 이유로 ‘사는 데 지친(weariness of life)’ 이들이 스스로 죽음을 원할 경우, 스위스 형법과 디그니타스 자체 규정에 따라 심사한 뒤 의료적으로 자살을 돕는 곳이다. 디그니타스는 ‘클리닉’이 아니라 ‘협회(association)’다. 그곳은 생사를 진단하는 곳이 아니라 당사자의 온전히 자율적인 의지와 의료 진단을 근거로 당사자의 선택을 돕는 곳이다.

스위스 형법은 1942년 안락사와 조력자살을 합법화했다. 제3자의 설득이나 압력 없이 스스로 결정한 사람에 한해 치사 약을 처방한다. 약은 반드시 직접 복용해야 한다. 중추신경계를 마비시켜 수면 상태에서 혼수상태에 들어 호흡을 멎게 하는 펜토바르비탈이 주로 처방되며, 드물게 헬륨가스를 쓰기도 한다고 협회는 밝히고 있다. 디그니타스는 다른 조력자살기관과 달리, 국적 불문 누구나 절차와 심사를 거쳐 조력 서비스를 제공해 특히 유명하다. 심사 기준은, 입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엄격하지도 느슨하지도 않다. 비용은 준비 및 조력자살에는 5,000여 달러, 간병과 장례까지 원할 경우 약 1만 달러가 든다.

스위스 취리히 주(canton)는 2011년 5월 지역 주민이 아닌 내국인 조력자살을 불허하는 안을 주민투표로 물었다. 투표자 27만8,000여명의 85%가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외국인에 대해서는 78%가 찬성했다. 미넬리는 2008년 인터뷰에서 “대다수는 일종의 ‘보험’을 든다는 마음으로 내방하며, 조력자살 허가를 받은 이들 중에도 약 70%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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