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경차도 최근 연비조작 확인
잇따른 악재로 신뢰 추락 불가피
환경부가 16일 닛산자동차의 캐시카이에 부착된 배출가스재순환장치(EGR)가 고온(흡기 온도 35도 이상)에서 작동이 멈추도록 조작돼 있다고 발표함에 따라 닛산측이 이런 ‘임의 설정’ 차를 한국에만 팔진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파장이 주목된다.
자동차 업계에선 한국에서 판매된 캐시카이와 다른 나라에서 팔린 캐시카이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1일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캐시카이는 모두 814대에 불과하다. 한국 같은 비교적 작은 시장을 위해 닛산측이 한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에만 별도의 조작을 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따라서 캐시카이에게 문제가 있다면 이는 한국만이 아니라 글로벌 차원의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전 세계적 리콜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닛산은 “어떤 임의설정 장치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한국닛산측은 프랑스와 영국이 지난달 캐시카이를 포함한 디젤차 배출가스 측정 결과, 임의설정 장치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표한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닛산 측은 “유럽에서는 엔진과 부품 보호를 위한 설정값이 다른 업체들과 다른 것을 임의설정이라고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똑 같은 차를 한국과 전 세계에 팔고 있는데 한국 환경부만 문제를 삼았다는 이야기다. 임의설정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환경부는 캐시카이의 EGR가 엔진 흡기 온도가 40도 이상에서도 작동한 타사 디젤차들과 달리 35도 이상이면 작동하지 않았다며 임의설정이라고 판정했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35도에서 EGR가 작동을 멈추면 임의설정이고, 45도나 50도에서 멈추면 아니라는 판단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닛산도 도로 주행 시 인증 기준치(0.08g/㎞)의 20.8배나 되는 질소산화물(NOx)을 배출했다는 사실까진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캐시카이는 지난해 배출가스 조작 파문을 일으킨 폴크스바겐의 차량보다 더 많은 질소산화물을 뿜어냈다.
더구나 최근 일본 미쓰비시가 생산해 닛산에서 판매하는 ‘데이즈’와 ‘데이즈 룩스’ 등 경차 4종도 연비 조작이 확인됐다. 일본에서의 연비 조작에 이어 닛산은 한국에서도 임의설정이란 악재를 만나며 신뢰도 추락이 불가피해졌다.
닛산의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인 ‘캐시카이’는 2014년 초 출시됐다. 디젤차를 선호하는 유럽 공략을 위해 닛산이 르노의 1.6 직렬 4기통 디젤엔진을 달아 영국 선덜랜드 공장에서 전량 생산하고 있다. 출시 첫해 영국에서 ‘올해의 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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