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당권 상실 위기감에 ‘반기’… “여전히 충성 경쟁” 비판 쏟아져

친박 20명, 비대위ㆍ혁신위 구성 두고

“우물 안 개구리식 인선”이라며 재검토 요구

일각 “계산된 움직임” 관측 제기

오늘 비대위 추인 전국위에 촉각

박김태흠(맨 오른쪽) 의원 등 새누리당 친박계 초재선 의원들이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당 혁신위원장 및 비대위원 인선 결과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새누리당 친박계 초ㆍ재선 의원 20명이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위원장에 내정된 정진석 원내대표가 인선한 비대위원과 혁신위원장을 두고 “우물 안 개구리식 인선”이라며 원전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는 친박계가 사실상 ‘친박계 연판장’을 내세워 혁신위원장ㆍ비상대책위원의 비박계 중용에 집단 반발하고 나선 것으로 당헌ㆍ당규 개정 권한이 사실상 비박계 손에 넘어갔다는 판단에서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혁신안을 마련할 혁신위는 비박계인 김용태 위원장이 위원 인선을 포함한 전권을 쥔 상태고, 최고위원회를 대신해 혁신안을 추인할 비대위도 위원 10명 중 7명이 비박계다. 또 김 위원장이나 일부 비대위원이 ‘강성’ 비박계여서 당의 실권이 비박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친박계의 위기감이 크다.

친박계는 특히 당 지도체제나 당권ㆍ대권 분리 등 차기 전당대회 룰과 관련된 당헌ㆍ당규 개정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새누리당은 당 대표 선출 전대에서 득표율 1위를 한 사람이 대표가 되고 2~5위 득표자가 최고위원이 되는 집단지도체제인데, 비박계를 중심으로 당 대표가 전권을 쥐는 단일지도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비박계로서는 당권 경쟁에서 친박ㆍ비박계간 1대 1 대결 구도를 만들지 않고서는 친박계의 두터운 벽을 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친박계는 또 유승민 의원의 복당 문제를 비박계 중심의 비대위가 밀어붙이면 차기 전대에서 경쟁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하지만 친박계 초ㆍ재선 의원 반발에도 불구하고 비박계 중심의 혁신위ㆍ비대위 구성을 뒤엎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당 지지도를 회복하고 안정적 국정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환골탈태 수준의 혁신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대해선 양 계파 모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친박계 핵심 진영 내에서도 “지금은 충성 경쟁을 할 때가 아니다”며 초ㆍ재선 의원들의 집단 행동에 선을 긋는 모습이다. 친박계 핵심 관계자는 “혁신위ㆍ비대위 구성과 관련해 계파색이 분명한 의원들이 뭉쳐 반발하는 게 과연 누구에게 이득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친박계 반발이 경선 후 ‘도로 친박당’이라는 비판이 일자 이를 희석시키기 위한 친박계의 계산된 움직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당내에선 4ㆍ13 총선 참패에도 주류인 친박계가 여전히 계파 이해관계에 함몰돼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 더 우세하다. 양 계파의 갈등이 정면 충돌로 갈지는 17일 비대위 추인을 위해 열리는 전국위원회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