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창이 합창보다 의무감에 무게
정치적 행사에선 미묘한 차이
보수 진영 반대로 7년째 논란
2013년 국회 결의안 국가보훈처가 보류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齊唱) 또는 합창(合唱)을 하느냐는 2009년부터 7년째 논란이다.
합창과 제창은 함께 부른다는 뜻은 비슷하지만, 정치적 의미가 있는 행사에선 미묘한 차이가 있다. 합창은 여러 사람이 서로 화성을 이뤄 다른 선율로 노래 부른다는 뜻이다. 제창은 여러 사람이 다 같이 큰 소리로 동시에 노래한다는 사전적 의미 외에 ‘애국가 제창’에서 보듯 소리를 내야 하는 의무가 보태진다. 불러도 되고 부르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은 합창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특히 기념식에서 합창의 초점이 합창단, 제창은 주요 참석자에 맞춰지는 차이도 있다. 2004년 제창일 때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노래하는 모습이 생중계됐고, 2013년 합창일 땐 박근혜 대통령이 노래는 부르지 않고 태극기만 흔드는 장면이 화면에 잡혔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ㆍ18을 추모하는 노래이자 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민중가요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고문을 당하며 쓴 시 ‘묏비나리’에서 소설가 황석영씨가 노랫말을 가져왔고 전남대 학생이던 김종률씨(현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가 곡을 붙였다. 광주 노래패가 노래극 ‘넋풀이 굿-빛의 결혼식’을 만들어 삽입곡으로 처음 쓰면서 알려졌다. 전남도청에서 사살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씨와 노동현장에서 ‘들불야학’을 운영하다 사망한 박기순씨의 영혼결혼식이 주된 내용이다. 두 남녀가 저승으로 떠나면서 ‘산 자’에게 남기는 마지막 노래로 배치됐다.
이 노래는 2003년 정부 주관 첫 5ㆍ18 기념식 때부터 이명박 정부 첫 해인 2008년까지 제창됐으나 이후 보수단체의 반발로 합창으로만 부르고 있다. 일부 보수단체는 사회주의 혁명과 북한 김일성을 찬양하는 노래라며, 이를 국가기념식에서 제창하는 것은 국가 정체성을 흔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논란 속에 2013년 6월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 158명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5ㆍ18 기념곡으로 지정하자는 결의안을 채택했으나 국가보훈처는 지정을 미루고 있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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