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아파트가 워낙 잘 나간다고 하니 지역 주민은 물론이고, 외지인들까지 너나 할 것 없이 달려든다니까요.”
세종시 아파트 일반 분양권이 사실상 ‘투기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일반 분양 받은 사람 대부분이 분양권을 내다 팔아 이른바 ‘웃돈(프리미엄)’을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세종시에 따르면 지난해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이 양도 양수된 것은 상반기 4,884건, 하반기 4,843건 등 총 9,72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아파트 분양물량(1만1,026 가구)과 대비할 때 88.2%에 이른다. 수치만 놓고 볼 때 세종의 아파트를 분양 받은 사람 10명 가운데 9명 가까이가 전매 제한 기간(1년)이 지난 시점에 분양권을 내다판 셈이다.
하지만 실제 거래된 분양권은 특별공급 아파트(50%)를 제외한 일반 분양 물량(5,513가구)으로, 분양권 1개가 수 차례 거래되면서 실제 분양물량보다 많아진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특별공급 아파트는 전매제한 기간이 종전 1년에서 2014년 3월부터 3년으로 확대돼 불법 전매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2012년부터 2013년까지 분양한 물량 가운데 입주 시기가 2015년인 아파트도 일부 포함돼 있다.
문제는 이렇게 분양권이 여러 사람을 거치면서 웃돈이 계속 뛰어 투기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좋은 디자인과 입지까지 갖춰진 아파트의 경우 이 같은 현상은 더 심하다.
대표적인 곳이 2-2생활권의 아파트들로, 웃돈이 터무니 없이 높게 거래되고 있다. 이 곳은 이미 세종시 개발 초기부터 중심상권으로 알려져 아파트 가격 상승이 클 것으로 지목됐다. 대형 건설사들의 참여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설계공모를 통한 특화디자인까지 더해져 상품성이 높아졌다는 게 지역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실제 2-2생활권 현대건설과 포스코컨설의 ‘세종더샵힐스테이트’의 경우 전용면적 84㎡ 로열층 웃돈이 최고 1억4,000만~1억5,000만원에 달한다. 대전지역 업체인 금성백조의 예미지도 같은 평형에 6,000만~8,000만원의 웃돈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아파트의 전매금지기간이 풀린 후 분양권 거래 건수가 3,490건에 이르는 등 활발해진 점은 이런 웃돈의 가파른 상승 현상을 뒷받침한다.
결국 아파트 일반 분양권 대부분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웃돈까지 턱없이 상승한 것은 분양을 받은 사람 대부분이 ‘거주’용이 아니라 ‘재태크’ 수단으로 분양권을 활용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세종시 관계자는 “일반 분양 물량의 대부분이 투자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보통 1번 정도 거래되지만, 분양권 하나가 여러 사람을 오가면서 최고 3번까지 거래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특별공급을 받은 뒤 인사나 가정 문제 등으로 불가피하게 분양권을 내다판 공무원도 포함됐을 수 있지만 극히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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