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고속道 창원터널서 발생
경차 탑승자 4명은 전원 사망

고속도로 터널에서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고 달리던 차량 9대가 연쇄추돌을 일으켜 4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차량에는 수련활동을 떠나던 중학생 200여명이 타고 있던 것으로 드러나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16일 오전 9시 45분쯤 경남 창원시 의창구 북면 기계리 남해고속도로 순천 방면 122.45㎞ 지점 창원1터널에서 9중 추돌사고가 났다.
경찰에 따르면 양산 모 중학교 1학년 학생 233명과 교사 10명 등 총 243명을 태운 전세버스 7대 중 터널 속을 줄지어 운행하던 5대와 그 틈 사이에 달리던 트럭, 경차, 승합차 등 9대가 잇따라 추돌했다. 이 사고로 버스 사이에 끼인 승용차 운전자와 탑승자 등 4명 전원이 숨지고 전세버스 7대에 나눠 타고 수련활동을 가던 양산 모 중학교 학생 등 56명이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9대의 사고 차량 중 승용차는 급정거한 전세버스 2대에 끼이면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찌그러졌다. 희생자 4명은 직장 동료들로 알려졌다. 또 버스에 타고 있던 중학생과 버스기사 등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귀가했거나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길이 2,556m 터널 한가운데서 발생한 연쇄 추돌로 사고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자욱한 매연과 매캐한 냄새로 가득 찼지만 긴급 구호 장비가 부족해 버스에 타고 있던 대다수의 학생들은 교사의 인솔에 따라 모두 버스에서 나와 손이나 옷가지 등으로 입과 코를 막고 가장자리를 따라 터널을 겨우 빠져 나왔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지만 사고 충격으로 앞 좌석 손잡이 등에 부딪치면서 타박상을 입거나 어지러움 증세를 호소했다. 이날 사고로 인근 고속도로는 낮 12시50분까지 3시간 가량 극심한 정체를 빚어 운전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양산의 모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을 태운 전세버스 7대는 양산에서 경남 고성에 있는 수련원으로 2박3일 일정의 수련활동을 가던 중이었다. 이 학교는 이날 사고 후 수련활동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경찰은 터널 속을 서행하던 사고 차량들이 안전거리 미확보와 전방주시 태만 등으로 연쇄 추돌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차량 블랙박스를 회수해 분석하는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창원=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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