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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역사적 장소 묻혀 기뻐... 유지 받아준 광주시민에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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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역사적 장소 묻혀 기뻐... 유지 받아준 광주시민에게 감사"

입력
2016.05.1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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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언론인 故 위르겐 힌츠페터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79) 여사가 16일 오후 광주 북구 망월동 5·18 구묘역에서 고인의 추모비문을 읽고 있다.연합뉴스
독일 언론인 故 위르겐 힌츠페터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79) 여사가 16일 오후 광주 북구 망월동 5·18 구묘역에서 고인의 추모비문을 읽고 있다.연합뉴스

“힌츠페터는 1980년 5ㆍ18 당시 어떤 외신기자들보다 광주에 오래 머무르며 취재를 했습니다.”

5ㆍ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 취재 활동을 했던 미국 일간 볼티모어선의 브래들리 마틴(74) 기자는 16일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를 이렇게 기억했다. 독일 언론인 힌츠페터는 5ㆍ18의 참상을 전 세계에 처음 알린 주인공이다. 1980년 5ㆍ18 당시 일본 특파원이었던 그는 일본에서 광주로 들어가 목숨을 걸고 계엄군의 폭압 현장을 촬영한 후 도쿄로 되돌아가 이 영상을 독일 제1공영방송(ARD-NDR) 본사로 보냈다. 그가 촬영한 영상자료는 독일에서 방영되면서 5ㆍ18 광주의 실상을 가장 먼저 전 세계에 알렸다.

올 1월 25일 숨을 거둘 때까지 그는 “내가 죽으면 광주에 묻어달라” “내 필름에 기록된 것은 모두 피할 수 없는 진실이다”며 광주를 잊지 못했다.

차명석 5ㆍ18기념재단 이사장은 “2005년 힌츠페터씨가 25년 만에 광주를 방문했을 때 자신의 영상저작물 사용을 허락해주며 5ㆍ18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를 기원했다”며 “당시 그가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5ㆍ18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남북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추모했다.

5ㆍ18기념재단은 “광주에 묻히고 싶다”던 고인의 뜻에 따라 전날 그의 손톱과 머리카락 등 유품을 광주 북구 망월동 옛 5ㆍ18묘역에 조성된 추모공원에 안장한 데 이어 이날 그를 기리기 위한 추모식을 개최했다. 추모식은 그의 생애와 언론인으로서 업적, 그가 쓴 기사의 내용 등이 기록된 표지석의 제막식을 겸해 열렸다. 여동생과 함께 추모식에 참석한 고인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72)씨는 “남편이 역사적인 장소에 묻히게 된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하며, 남편의 뜻을 받아준 광주시민들께 감사하다”고 울먹였다.

에델트라우트씨는 추모식이 끝난 뒤에도 남편의 얼굴 모습이 새겨진 표지석을 어루만지며 카메라로 촬영하는 등 한동안 고인의 곁을 떠나지 못했다. 그는 현대미술가 주홍씨가 고인의 얼굴 모습을 구슬 장식으로 새겨 넣은 초상화를 선물로 받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날 추모식에는 2000년 광주인권상 초대 수상자인 사나나 구스마오 동티모르 전 대통령과 5ㆍ18 당시 취재에 나섰던 외신기자 노만 소프(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팀 셔록(미국 저널오브 커머스), 도날드 커크(미국 시카고 트리뷴), 5ㆍ18 관련단체 관계자 등 200여명도 함께 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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