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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가격?...가난한 배낭여행자를 위한 중남미 숙소 내맘대로 별점

입력
2016.05.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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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를 여행하면서 숙소에 관해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숙소에 따라 여행자가 변한다는 거다. 수용소 같은 숙소에선 여행자도 죄인이 되고, 친구 같은 주인을 만나면 여행자도 영락없이 살가워진다. 숙소가 더러우면 더 더럽히고, 깨끗하면 더 깨끗이 치우고 싶어진다.

숙소는 해당 도시는 물론 나라의 간판이다. 몹시 미워지거나 칭송을 자아내거나, 한 나라의 인상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가난한 중남미 배낭여행자로서 100% 경험치를 살린 숙소의 조건을 정리했다. 물론 최저가 보장이다. (사족 : 말할 것도 없이 비싼 곳은 대체로 다 좋습니다)

▦ 호텔 페넬레우(Hotel Peneleu), 과테말라 산 페드로 라 라구나

방 앞 테라스에서 찍은 무보정 풍경. 사진 한 장으로 이 숙소의 설명은 끝난다.
방 앞 테라스에서 찍은 무보정 풍경. 사진 한 장으로 이 숙소의 설명은 끝난다.

체 게바라도 보는 순간 혁명을 멈추고 싶었다고 고백한 아티틀란 호수(Lago de Atitlan). 여러 호숫가 마을 중에서도 극성맞은 관광객과 거리가 먼 산 페드로 라 라구나로 터를 잡았다. 대체로 숙소 가격이 나쁘진 않았으나 호수 인근 숙소는 습기와 전쟁 중이었다. 호수로부터 숨이 멎을 정도로 오른 언덕길, 호텔 페네레우를 발견했다. 한국 기준의 ‘호텔’ 개념은 싹 잊을 것. 리모델링을 멈춘 듯 외벽은 부끄럼 없이 드러나고 프라이팬의 손잡이는 가출한 지 오래다. 그럼에도 욕실까지 포함한 방 가격이 인당 2,000~3,000원 남짓하니, 도미토리를 전전하다가 로또 맞은 기분이다. 게다가 전망은 슈퍼 갑이다. 댄스홀로 써도 좋을 법한 테라스에서 24시간 재생되는 호수의 서정시가 오감을 찌릿찌릿 자극한다. 오, 세상이 나의 것이로구나!

산티아고 아티틀란 선착장으로부터 시장 쪽으로 오르다가 딱 숨이 멎기 직전에 있다.
산티아고 아티틀란 선착장으로부터 시장 쪽으로 오르다가 딱 숨이 멎기 직전에 있다.
좋게 말해 ‘빈티지’한 야외 부엌. 모든 요리 도구의 손잡이는 실종 상태다.
좋게 말해 ‘빈티지’한 야외 부엌. 모든 요리 도구의 손잡이는 실종 상태다.
3층 레이브 뷰 방 앞엔 해먹이 있다. 테라스에 욕실 타일을 깔아 뇌진탕에 조심!
3층 레이브 뷰 방 앞엔 해먹이 있다. 테라스에 욕실 타일을 깔아 뇌진탕에 조심!
중미에서 가장 깊은 호수는 새벽녘 가장 깊은 감동을 뿜어낸다.
중미에서 가장 깊은 호수는 새벽녘 가장 깊은 감동을 뿜어낸다.

▦ 호스탈 카사 마세타(Hostal Casa Mazeta), 엘살바도르 후아유아(와이유아)

동물 비애호가도 사랑에 빠지는 개와 고양이, 거북이가 수호신으로 살고 있다.
동물 비애호가도 사랑에 빠지는 개와 고양이, 거북이가 수호신으로 살고 있다.

중남미 어디서든 열악한 주머니 사정에 맞게 숙소를 찾을 수 있었건만, 엘살바도르는 확률적으로 어려운 편이었다. ‘가격 대비’ 좋은 숙소를 찾는 게 속 편했다. 호스탈 카사 마세타는 정원 딸린 부잣집 친구 집에 놀러 간 기분이다. 들어서자마자 국적의 경계가 무장해제되고, 어제의 남이 오늘의 친구가 되었다. 숙소 내 시스템은 자율, ‘양심에 맡긴다’는 식이다. 가령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고 스스로 냉장고 문에 붙은 리스트에 목록을 적으면 체크아웃 할 때 종합 계산된다. 어떤 공간에 있느냐에 따라 사람이 달라 보이는 법. 투숙객 모두 교양 있는 지식인처럼 보이고 그렇게 행동한다. 위트를 겸비한 힐링을 기름칠한 숙소. 루타 데 플로레스(남부의 손소나테부터 북부의 아우아차판을 잊는, 일명 꽃길)를 탐방하기 위한 정거장은 이곳이어야만 한다.

스테이크를 ‘레어’로 구워먹을 수 있는 팬을 만나기란 얼마나 힘겨웠던가. 요리를 사랑하는 자여, 이리로 오라.
스테이크를 ‘레어’로 구워먹을 수 있는 팬을 만나기란 얼마나 힘겨웠던가. 요리를 사랑하는 자여, 이리로 오라.
이곳만의 개수대 방식인 ‘필라’.
이곳만의 개수대 방식인 ‘필라’.
부엌과 파티오로 가는 길에 있는 거실. 여행자끼리 정을 붙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알짜DVD를 구비하고 있다.
부엌과 파티오로 가는 길에 있는 거실. 여행자끼리 정을 붙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알짜DVD를 구비하고 있다.
방과 접수처. 숨은 여독도 탈탈 털어주는 배려의 아이콘임을 증명하는 흔적들.
방과 접수처. 숨은 여독도 탈탈 털어주는 배려의 아이콘임을 증명하는 흔적들.

▦ 솔 이 마르(Sol y Mar), 니카라과 라스 페니타스

은퇴 설계는 바닷가 앞 저 흔들 의자에서.
은퇴 설계는 바닷가 앞 저 흔들 의자에서.

라스 페니타스는 손바닥만 한 어촌이다. 니카라과의 제2도시인 레온으로부터 치킨 버스를 타고 1시간 여, 어설픈 시나리오처럼 급작스런 ‘촌 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수영 외 5분이면 동네 산책이 끝나는 이 마을은 숙박비나 식비 모두 ‘해변 값’은 톡톡히 한다. 추천 받았다고 서두를 열고 부엌 사용 허가권까지 쟁취했다. 뭔가 손님으로서 이긴 느낌이었는데 이후 묘한 신경전이 오갔다. 부엌 사용이 본래 금지라는 걸 생색내는 듯한 주인의 가자미 눈. 부엌 갈 때마다 까치발을 드는 눈칫밥을 제대로 먹었다. 그러나 위치는 바다 앞 별장이다. 파도의 스테레오 사운드에 수영복 차림으로 책장을 넘기는 안식을 어찌 바꿀쏘냐. 서러운 심정도 저 햇빛과 파도에 부서져 버리리. Sol y Mar(‘태양과 바다’란 뜻)란 이름 하나는 기막히게 지었다.

지평선에 턱걸이한 낙조를 매일 보는 기쁨이 그곳에 있다.
지평선에 턱걸이한 낙조를 매일 보는 기쁨이 그곳에 있다.
2층 구조의 테라스에 앉아 넋을 잃거나 책을 읽거나.
2층 구조의 테라스에 앉아 넋을 잃거나 책을 읽거나.
외관은 호스텔 같은 아기자기함을 자랑하지만…
외관은 호스텔 같은 아기자기함을 자랑하지만…
실내는 은퇴자 별장의 인테리어로 적절한 앤티크 클래식풍.
실내는 은퇴자 별장의 인테리어로 적절한 앤티크 클래식풍.

▦틴토 호스텔(Tinto Hostel), 콜롬비아 바리차라

Simple is the best를 표방하는, ‘간지’ 철철 넘치는 외관.
Simple is the best를 표방하는, ‘간지’ 철철 넘치는 외관.

바리차라는 가난한 배낭여행자의 목을 조이는 어여쁜 콜로니얼(식민지시대) 도시다. 동네를 털어봐도 입이 쩍 벌어지는 부티크 호텔에 침만 질질 흘릴 뿐. 숙소 리뷰 사이트에서 1위한 탓인지 이곳 주인이 딱딱하게 굴어(가격 협상에 불응했다는 이야기다) 숙소 찾기 삼만리에 떠났다가 패잔병처럼 다시 돌아갔다. 말하자면, 도미토리부터 개인실까지 갖춰진, 자연 속 입체적 호스텔. 입구부터 접수처까지 계단으로 연결되면서 자연스럽게 층처럼 공간이 분리된다. 덕분에 숙소 및 접수처, 욕실 등이 동선에 맞게 구분되어 사생활이 절대 보장된다. 여행자 숙소로 최적의 조건은 다 갖췄다. 따뜻한 물이 폭포수처럼 콸콸 쏟아지고 실내 수영장을 개인 수영장인 양 전세 낼 수 있다. 체크인 할 때 지도를 펼치고 맛을 보장하는 현지 식당과 볼거리도 소개한다. 다만 빠진 게 있다면 1%의 살가움이다. 여행 중 외롭다면 이곳은 제치는 게 좋다.

니카라과 국조인 모트모트(motmot)를 타지의 수영장 나무 위에서 만났다. 관상용 새로 착각할 뻔했다.
니카라과 국조인 모트모트(motmot)를 타지의 수영장 나무 위에서 만났다. 관상용 새로 착각할 뻔했다.
접수처와 공용 욕실. 바리차라의 목조를 기반으로 모든 설비가 마무리된, 포레스트 호스텔.
접수처와 공용 욕실. 바리차라의 목조를 기반으로 모든 설비가 마무리된, 포레스트 호스텔.
공간끼리 금은 없는 개방형인데, 명확히 구분 지으려는 집착이 보인다. 여기는 해먹 공간.
공간끼리 금은 없는 개방형인데, 명확히 구분 지으려는 집착이 보인다. 여기는 해먹 공간.
콜롬비아식 한옥마을의 전경은 접수처 앞 벤치에서 클라이맥스를 이룬다.
콜롬비아식 한옥마을의 전경은 접수처 앞 벤치에서 클라이맥스를 이룬다.

강미승 여행 칼럼니스트 frideameetssome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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