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찬반 여론 팽팽히 맞서, 제창으로 바꾸면 또 다른 갈등 유발”
공식 기념곡 지정도 어려워, 기존 입장 고수
5ㆍ18기념식 올해도 반쪽행사 불가피… 여야간 협치(協治) 시작부터 삐걱
‘임을 위한 행진곡’을 올해 5ㆍ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도 합창으로 부른다. 제창으로 바꿔달라는 야당의 요구사항을 정부가 묵살한 모양새여서, 4ㆍ13총선 이후 여야간 협치(協治)의 첫 시험대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보훈처는 16일 “올해 36주년 5ㆍ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공식식순에 포함해 합창단이 합창하고 원하는 사람은 따라 부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보훈처는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정부기념식이 국민 통합을 위해 한마음으로 진행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의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나뉘고 있는 상황”이라며 “참여자에게 의무적으로 부르게 하는 제창방식을 강요해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보훈ㆍ안보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참석자의 자율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논란을 최소화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5ㆍ18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하는 것도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보훈처는 “5대 국경일, 46개 정부기념일, 30개 개별 법률에 규정된 기념일에 정부에서 기념곡을 지정한 전례가 없다”며 “애국가도 국가 기념곡으로 지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곡으로 지정할 경우 ‘국가 기념곡 제1호’라는 상징성 때문에 또 다른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까지도 기념곡 지정이나 제창과 관련해 찬성과 반대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정부 입장을 정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5ㆍ18 기념일이 1997년 정부 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까지 5ㆍ18 기념식에서는 모든 참석자들이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방식이 유지됐다. 하지만 특정단체들이 민중의례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묵념하지 않고 애국가 대신 부르면서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노래를 대통령ㆍ총리가 참석하는 행사에서 따라 부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문제제기에 따라 2009년과 2010년에는 본행사에서 빠지고 식전행사에서 합창단이 부르는 방식으로 대체됐다. 이에 야당과 5ㆍ18단체들이 반발하면서 2011년부터 본행사 식순에 넣되 현재의 합창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트위터에 “대통령께서 지난 13일 청와대 회동과 소통 협치의 합의를 잉크도 마르기 전에 찢어버리는 일이라며 강한 항의를 했다”고 올렸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보훈처 발표에 앞서 현기환 정무수석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미리 연락 받았다고 밝혔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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