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다오항에 압류 조치…해외 경매 첫 사례
현대중공업그룹이 경영난으로 인한 자금 확보를 위해 1,500억원 짜리 초대형 유조선(VLCC)을 중국에서 경매에 부친다. 동원 가능한 모든 자산을 팔아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 산하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은 이달 말 중국 칭다오해사법원을 통해 31만7,800DWT급 유조선 'E 엘리펀트'호를 경매할 예정이다.
발주 당시 이 선박 가격이 1억4,000만달러(1,640억원)이지만 경매를 통해 1,500여억원 정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이 해외에 운항 중인 고객사 선박을 압류해 경매에 부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내부 경영 상황이 다급하다는 의미다.
현대중공업그룹 측은 “TMT가 선박 가격을 지급하지 못해 칭다오에 있던 배를 최근 압류해 경매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초대형 유조선은 대만 선주사인 TMT사가 현대삼호중공업에 발주해 2011년 인도됐던 선박이다. 그러나 TMT가 건조 대금을 지불하지 못하자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 지난 3월 칭다오항에 정박 중인 이 유조선을 압류 조치했다.
이번 경매를 통해 초대형 유조선을 팔 경우 자금난에 시달리는 현대중공업그룹에는 가뭄에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주채권은행에 자구계획을 제출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야하는 상황이다. 구조조정의 핵심은 자산 매각과 인력 감축이다.
지난해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 현대자동차 주식을 매각해 8,000여억원을 확보했고 자회사 현대오일뱅크 상장도 검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독일 아반시스사와 충북 오창에 설립한 태양광모듈 합작법인 현대아반시스의 보유 지분 50%를 중국 국영 건축자재업체 CNBM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보유한 금융사 지분을 파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을 포함해 현대중공업까지 대형 조선사들이 구조조정 소용돌이에 있어 돈 되는 건 다 파는 분위기”라면서 “배까지 압류해 경매 조치하는 것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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