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서 합창 고수 어려워”
정부, 오늘 제창 여부 확정
보훈단체 등 보수 진영서는
“제창 땐 특단 조치” 불참 예고
공식 기념곡 지정은 근거법 없어
국회 입법사항 공 넘길 듯
‘임을 위한 행진곡’을 5ㆍ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제창으로 부를지 여부가 16일 확정된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의 13일 회동 이후 정국의 향배를 가늠할 첫 시험대란 점에서 그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협치(協治)의 물꼬를 트기 위해 야권의 요구를 수용, 합창에서 제창으로 바꾸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공식 기념곡 지정 문제는 근거법을 먼저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정치권의 입법사항으로 공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보훈단체 등 보수진영이 제창과 기념곡 지정에 강력히 반대하는데다 여론마저 찬반이 엇갈리고 있어, 정부가 결론을 내리더라도 논란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15일 “여소야대 정국인 만큼 기존대로 합창을 고수할 수만은 없어 뭔가 변화를 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제창이든 합창이든 국론이 분열될 우려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현재 5ㆍ18행사 식순에 포함된 임을 위한 행진곡은 기념 공연으로 불려지고 있다. 무대 위에서 합창단이 부르고, 참석자들은 알아서 따라 부르는 방식이다. 당초 애국가처럼 함께 부르는 제창이었지만, 2008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 참석 이후 보수진영의 반발로 2009년부터 합창으로 바뀌었다. 진보진영은 이때부터 7년째 공식 행사 참석을 거부해왔다.
그렇다고 제창으로 바꿔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2개 보훈단체는 이달 초 정부를 상대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거나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할 경우 5ㆍ18행사 참석 거부를 포함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찬반 양론이 엇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1997년 5ㆍ18행사를 정부 기념식으로 승격했지만, 제창 논란에 가로막혀 반쪽행사로 전락한 것이다.
이처럼 보수와 진보가 첨예하게 맞붙는 제창 여부와 달리, 공식 기념곡 지정 문제는 좀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사실상 보훈처의 소관을 벗어난 사안이기 때문이다. 5대 국경일과 46개 정부기념일, 25개 기타 기념일 가운데 법률로 기념곡을 지정한 것은 아직 없다. 심지어 애국가도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국민들이 법규범으로 인식하는 것일 뿐, 따로 법령으로 규정한 노래가 아니다.
때문에 전하진 새누리당 의원이 2013년 ‘대한민국 국가는 애국가로 한다’는 내용의 ‘대한민국 국기ㆍ국가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에 보훈처는 “애국가도 아직 근거 법률이 없는데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정부의 1호 기념곡으로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대신 ‘5ㆍ18민주화운동 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부칙에 명기하는 방식도 거론되지만, 어디까지나 정치권의 몫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4일 박승춘 보훈처장의 보고를 받고 “국민분열을 막는 방법으로 가능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전향적인 검토를 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은 이날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돼야 하고,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해 더 이상의 논란과 국론 분열을 막아야 한다(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합참이냐 제창이냐의 문제로 더 이상 국력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이용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며 정부를 압박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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