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알파고
흑 이세돌
<장면 8> 중앙이 몽땅 백집으로 굳어지면 흑이 바둑을 이길 수 없다. 이세돌이 1부터 5까지 진행해서 중앙 삭감을 꾀한 건 당연하다. 그러자 알파고가 얼른 방향을 전환해서 6으로 좌하귀를 지켰다. 어차피 중앙은 한 수를 더 둬도 집이 잘 안 된다고 보고 확실한 실리를 택한 것이다. 이즈음 현장에선 “벌써 알파고의 계산서가 나온 것 같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과거 이창호가 그랬듯이 알파고도 이미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슬슬 국면을 정리하고 있다는 뜻이다. 과연 이세돌이 또 한 번 극적인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까. 이세돌이 좌하귀에서 ‘흔들기’를 시작했다. 7, 8을 교환한 다음 9로 붙인 게 상용의 맥점이다. 백이 <참고1도> 1로 중앙을 틀어막으면 패를 만들 수 있지만 형세를 낙관하고 있는 알파고는 복잡한 길을 피해 안전하게 10으로 흑 한 점을 잡았다.
하지만 11로 힘차게 올라서자 백돌이 양쪽으로 갈라졌다. <참고2도> 1로 연결하려는 건 안 된다. 하변이 크게 흑의 수중에 들어가서 백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알파고가 12로 반발했고 13부터 19까지 거의 외길 수순이다.(18 … 7)
이때 20, 22로 중앙을 두텁게 봉쇄한 다음 23 때 24가 일석이조의 묘수다. 하변에서 흑A, 백B, 흑C로 나와 끊는 수를 방지하면서, 백D로 중앙 흑돌을 차단하는 수단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흑의 위기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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