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제품 제조업체 대표 16일 소환
신현우 옥시 前대표 등 4명 구속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번 주부터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한다. 가장 많은 피해를 낳은 옥시레킷벤키저(옥시)를 중심으로 수사한 끝에 신현우(68) 전 대표 등을 구속, 이들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입증을 사실상 마무리한 만큼 또 다른 가해업체들을 향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가 4개월만에 2라운드로 접어들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16일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자체브랜드(PB)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용마산업 대표 김모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다. 용마산업에서 제품을 납품받은 롯데마트는 2006년 11월부터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홈플러스는 2004년 말부터 ‘홈플러스 가습기 청정제’를 각각 판매했다. 해당 제품에는 옥시의 ‘옥시싹싹뉴가습기당번’과 같이 폐 손상을 유발하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함유돼 있었다.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PHMG를 원료로 살균제를 제조한 경위와 ▦유해성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측의 관여는 없었는지 등을 캐물을 예정이다. 검찰은 조사 내용에 따라 김씨가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공식 인정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221명(사망자 95명) 가운데, 롯데마트 제품 사용자는 41명(사망 16명), 홈플러스는 28명(사망 12명)에 이른다. 검찰은 김씨를 조사한 후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임직원들도 차례로 소환할 계획이어서 제품 유해성이 확인된 4개 가해업체가 모두 검찰 수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앞서 검찰은 14일 새벽 3시쯤 신 전 대표와 옥시 전 연구소장 김모씨, 전 선임연구원 최모씨 등 옥시 관계자 3명과, 피해자 27명(사망 14명)을 낳은 ‘세퓨’를 제조한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 오모씨 등 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 등 혐의로 구속했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사실의 소명이 있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이들 4명의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의 최대 분수령으로 지목됐던 옥시 책임자 구속에 성공한 만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옥시가 흡입독성 실험을 하지 않은 진짜 이유, 영국 본사의 관여 여부 등은 계속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2005년 신 전 대표가 물러난 이후 옥시 내부에서 벌어졌던 일, 2011년 이후 옥시 측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증거를 조작한 혐의도 추가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옥시의 전ㆍ현직 외국인 대표이사와 임원 그리고 옥시와 세퓨를 제외하고 사망자를 발생시킨 10개 제품 제조판매사와 제품 원료를 공급한 SK케미칼 책임자도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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