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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1% 자녀들 '평해튼'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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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1% 자녀들 '평해튼'에 산다

입력
2016.05.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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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외국 브랜드 입고 카푸치노 마셔… 애견과 산책하는 시민도”

7일 AP통신이 촬영한 평양의 스카이라인 모습. 중앙 뒤쪽으로 크게 치솟아 있는 105층짜리 건물이 류경호텔이다. 평양=AP 연합뉴스

“그들은 ‘자라’나 ‘에이치앤엠’과 같은 외국 패션 브랜드를 입었고, 몸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운동을 했으며, 카푸치노 커피를 마신다. 몇몇은 쌍꺼풀 수술을 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14일(현지시간) 보도한 북한의 상위 1% 자녀들이 살아가는 광경이다.

북한 조선노동당대회 취재차 북한 평양을 방문했던 WP기자들은 방북후기에서 북한의 신흥 부유층과 자녀들의 생활 공간을 ‘평해튼’이라고 표현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을 연상시키는 서구화된 생활을 누리고 있다는 의미에서 평양과 맨해튼을 합성한 단어다.

WP에 따르면 평양의 부유층 자제들은 의상부터 달랐다. 18개월 전까지 평양에서 부유층으로 살다 탈북했다는 리서현(24)은 WP 인터뷰에서 “젊은 여성들은 상의와 하의를 가릴 것 없이 꽉 끼는 옷을 입었고, 여성은 ‘엘르’, 남성은 ‘아디다스’나 ‘나이키’같은 비싼 브랜드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WP는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가 패션감각을 드러내면서 평범한 여성들도 더 밝고 유행을 타는 옷을 입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단 민소매 옷과 너무 짧은 치마는 여전히 금기시된다.

평양 도심 중앙의 레저단지도 부유층 자제들의 전용공간이었다. 트레이닝 센터에서는 러닝머신 위를 달리며 디즈니 만화를 보거나 요가를 즐기는 청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결혼식장으로도 사용되는 호화 레스토랑과 아이스커피를 9달러(약 1만원)에 파는 커피숍도 레저단지에 입점해 있다. 북한의 금융교육 교환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는 영국인 앤드레이 에이브러해미언은 레저단지가 “쾌적한 장소”라며 “스쿼시 연습을 할 수 있는데 꽤 비싼 것을 보면 가처분수익이 충분한 부유층이 있음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평양의 길거리 풍경도 서방 취재진의 눈에 들어왔다. WP기자 3명은 주체타워 근처의 독일식 레스토랑에서 48달러(약 5만6,000원짜리) 스테이크 메뉴를 발견했고 대규모 과학자 주택단지인 ‘려명거리’의 스시바와 바비큐 식당에서 50달러에 가까운 고기메뉴를 즐기는 주민들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WP 취재진은 “도심에는 5~6개 택시회사가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애견을 데리고 다니는 평양시민의 모습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평양의 신흥 부유층인 ‘돈주’는 약 15년 전쯤 시장경제로 향하는 잠정적 조치들과 함께 등장해 김정은 체제에서 계기를 잡았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자신과 동세대 청년들의 삶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놀이공원, 스키장, 돌고래 수족관, 수상공원, 테니스 코트와 배구장 등을 건설했기 때문이다. 북한 전문 러시아 역사학자 안드레이 란코프는 워싱턴포스트에 “김정은은 대단한 시장친화주의자고 이들의 자본주의적 소비 활동도 눈감아주고 있다”며 “북한 자본주의자들에게는 최근만큼 상황이 좋은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WP는 평양의 어두운 뒷모습도 전했다. 김일성광장과 미래과학자거리에는 멀리서 보면 그럴싸한 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지만, 가까이서 보면 벽의 타일이 낡아 떨어지고 있고, 전력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은 15일 복수의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평양 시내의 고급 아파트 가격이 올해 들어 반값 이하로 폭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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