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회를 맞은 올해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호주 대표로 참가한 한국계 임다미(27)가 준우승이란 쾌거를 거뒀다. 우승은 소수민족의 아픔을 호소한 우크라이나 대표에게 돌아갔다.
임다미는 14일(이하 현지시간) 밤 스웨덴 스톡홀름의 에릭슨글로브 아레나에서 열린 유로비전 2016 대회 본선에서 참가곡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Sound of Silence)를 열창해 2위를 차지했다.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는 유럽방송연맹(EBU) 회원국에 동시 방영되는 음악 경연 대회로 관객만 수천명에 시청자는 약 2억명에 달한다. 임다미는 앞서 발표된 참가국별 심사위원단 점수(50%)에서 1위를 기록해 우승이 기대됐으나 이후 시청자 점수(50%)에서 막판에 역전을 당했다.
임다미가 이룬 성적은 호주로서도 이례적이다. 지난해 처음 유로비전에 참여한 호주는 가이 세바스찬이 와일드카드로 출전에 5위를 기록했고, 예선부터 참여한 정식 대표로는 임다미가 처음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9살 때 호주로 이주한 그는 앞서 호주 최고 오디션 프로그램 ‘엑스 팩터’(X-Factor)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을 거머쥐어 폭발적인 가창력과 호소력을 인정 받았다.
한편 ‘1944’를 불러 1위를 차지한 우크라이나 대표 자말라(본명 수산나 자말라디노바)에도 외신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자말라는 자신의 혈통인 이슬람 소수민족 타타르족이 1944년 스탈린 하 소련에 의해 크림반도에서 추방당한 고통을 자작곡 1944에 담아 불렀다. 2014년 크림반도 사태를 환기시키는 곡으로 러시아 국영 방송에 ‘반 러시아’ 노래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유로비전 측은 대회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발표해 자말라의 무대를 지켰다. 자말라는 대회 직후 “증조모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곡을 썼다”며 “너무나 고통스러운 사건이라 이런 곡을 쓸 일이 차라리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날 본선에는 42개 참가국 중 예선을 통과한 26개국 대표가 출연해 경쟁을 펼쳤다. 이번 대회는 유럽과 중국, 카자흐스탄, 뉴질랜드, 그리고 올해 처음으로 미국에 생중계됐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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