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경험만큼 설레는 일도 없다. 15년 간 연기활동을 한 배우 공유(38) 역시 칸 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을 처음 밟으며 가슴 설레는 경험을 했다.
그는 지난 13일 자정(현지시간)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심야상영회를 가진 영화 ‘부산행’을 통해 세계 언론에 얼굴을 알렸다. 2,000석 규모의 뤼미에르 극장에서 세계 각국의 영화 관계자에게 영화를 선보인 뒤 환대를 받는 기쁨도 맛봤다. ‘부산행’은 서울역을 출발한 부산행 KTX에 탑승한 사람들이 바이러스 감염자와 사투를 벌이는 과정재난 블록버스터 영화로 내달 국내 개봉 예정이다.
공유는 14일 오후 6시 칸에서 진행된 한국 취재진과의 간담회에서 “해외영화제에 처음 참석하는 것인데다가 뤼미에르 극장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행’으로 칸에 간다고 했을 때 “이해가 안 됐다”고 고백했다. 영화를 찍을 때만 해도 ‘부산행’의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 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심지어 주변에서는 좀비 영화라는 사실에 출연을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했다. 공유는 사이가 좋지 않은 딸과 부산행 KTX를 탔다가 위기에 놓이는 펀드매니저를 연기했다. 딸을 향한 부성애가 넘치면서도 이기적인 행태를 보이는 역할이다.
“2,000석 규모의 영화관에서 ‘부산행’을 관람한 기분은 말로 표현이 안 됩니다. 15년 동안 연기하면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어요. 저를 영화 속 주인공이라는 것밖에 모르는 관객들의 환호와 갈채가 신선한 자극이었습니다. 연예인이라는 수식어가 아닌 온전히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로만 평가 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어요.”
한국형 좀비 영화를 표방한 ‘부산행’은 심야상영회 중간마다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성이 나올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영화가 끝난 뒤에는 전 관람객들의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칸에서 기립박수가 관례이긴 하나 ‘부산행’에 쏟아진 환호는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날 상영회에 참석한 티에리 프리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역대 최고의 심야상영회였다”며 “연상호 감독의 차기작은 경쟁부문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상찬했다.
공유는 “15년을 일했는데 왜 이제 이런 기분을 처음 느끼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신감도 생겼고 스스로 지친다고 생각했는데 다시금 좋은 기운을 얻어가서 좋다”고 밝혔다.
칸=글·사진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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