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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 새누리 “막강 혁신위” 극약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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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 새누리 “막강 혁신위” 극약처방

입력
2016.05.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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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당선자 총회에 참석한 당선자들. 한국일보 자료사진.
9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당선자 총회에 참석한 당선자들. 한국일보 자료사진.

총선 참패 후 정확히 한 달이 지났지만 새누리당이 쇄신의 방향을 잡지 못한 채 극도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친박계는 반성 없이 물밑 당권 경쟁에 골몰하는 모습이고, 비박계는 구심을 잃어 쇄신의 깃발조차 들지 못하고 있다. 새로 출범한 원내지도부가 신설될 혁신위원회에 전례 없는 권한을 보장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아직은 혁신위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회의론이 여전하다. 당내에선 되레 혁신위가 계파 대결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혁신위에 전권” 방안에 “막강할수록 계파 싸움만”

정진석 원내대표는 13일 혁신위의 지위와 권한을 명시한 당헌 개정안을 17일 당 의결기구인 전국위원회에 상정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가 밝힌 당헌 개정 구상은 크게 두 가지다. ①당헌상 특별기구 조항에 ‘혁신관련 특별기구’를 신설해 독립적인 지위를 명시하고 ②혁신위가 도출한 혁신안이 곧장 전국위나 상임전국위에 상정돼 당헌ㆍ당규 개정으로 직결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①은 혁신위의 독립 지위 보장, ②는 최고위(비대위)의 개입을 막기 위한 장치다. 한 당직자는 “이제까지 혁신 관련 기구에 당헌ㆍ당규 개정 의결기구인 전국위와 상임전국위 소집권을 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준비 등을 맡는 비대위원장을 정 원내대표가 겸하되 혁신위는 별도로 꾸리기로 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 ‘회의론’이 분출되자 내놓은 극약처방이다. 17일 전국위에선 혁신위의 권한 보장안과 함께 비대위 구성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날 정 원내대표는 총선에서 5선 고지에 오른 친박 중진 정갑윤 국회부의장에게 전국위 의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모양만 놓고 보면 유례없는 ‘막강 혁신위’인데도 당내에선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17, 18대 의원을 지낸 비박계 이종구 당선자는 “공천개혁안도 당헌ㆍ당규에 못박았지만, 친박계가 장악한 공천관리위에서 무시해 무용지물이 되지 않았느냐”며 “문제는 제도나 형식이 아닌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당선자는 “친박계가 2선 후퇴 등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쇄신에 희망이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혁신위가 또다시 계파 싸움의 축소판이 될 여지도 있다. 당 지도체제 변경 여부, 당권ㆍ대권 분리 규정(대선주자는 차기 대선 1년 6개월 전에 모든 선출 당직에서 사퇴) 폐지 여부 등 민감한 의제를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한 데다 대선구도와 관련된 민감한 사안까지 다루니 혁신위 구성부터 계파간 힘 겨루기가 치열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혁신 설문조사 불참 당선자 20% 달해… “한심”

이런 새누리당의 모습에 여권에선 ‘난파 직전의 선장 없는 배’라는 탄식이 무성하다. 친박계는 총선 책임론에 직면하고서도 당권 장악을 위해 물밑 선거운동이 한창이고, 비박계는 뭉치지 못한 채 ‘모래알 비판’만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20대 총선 당선자 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대위ㆍ혁신위 구성 방안 설문조사도 불참율이 20%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선자는 “당이 이 지경인데 혁신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내지 않는 건 최소한의 의무조차 방기한 것”이라며 “도대체 위기감이 없다”고 말했다.

총선에서 3선에 성공한 황영철ㆍ김세연ㆍ이학재 의원 등이 중심이 돼 만들었던 새누리당혁신모임도 좌초 위기고, 중진 의원들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5선에 성공한 심재철 이주영 정갑윤 정병국 등 중진 의원은 12일 만찬 회동을 했지만, 당 상황에 대한 우려만 나눴을 뿐 해법에 대한 중지를 모으진 못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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