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성화 국회 요청하며 野에 민감 법안 이름 빼고 설득
여소야대 상황서 적극 소통 시도
“두 야당 참석자들 중 한 명이‘대통령이 참 많이 달라졌다’고 하더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지도부의 13일 청와대 회동 결과를 설명하면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전한 말이다. 박 대통령이 여야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소통 시도를 했다는 것은 여야 3당 참석자들이 각각 브리핑한 것에서 빠지지 않은 내용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대표ㆍ원내대표를 만난 뒤 “절벽과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는 혹독한 평가를 받은 것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의 ‘변신’이라 할 만 하다.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ㆍ경제살리기에 대한 국회의 입법 협조를 요청하면서도 야당이 반대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비롯한 특정 법안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야당을 자극하는 것을 피하면서 ‘서비스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규제개혁을 도와 달라, 청년 일자리 문제는 미룰 수 없는 지경이 됐다’ 등의 언급으로 국회를 간곡하게 설득하려 했다”고 전했다. 4ㆍ13 총선 직전까지 쟁점 법안명과 내용을 일일이 설명하면서 국회를 압박했을 때와 확연히 달라진 태도였다.
박 대통령은 책상을 치며 국회의원과 국무위원들을 호통치는 모습이 상징하는 국정 운영 방식을 바꾸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여소야대 구도가 된 20대 국회에서 야당의 협조, 여야와 타협 없이는 ‘냉동 정부’가 될 처지이기 때문이다. 이에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이 책상을 치며 말하지 않았다”며 박 대통령의 ‘불통 과거’를 꼬집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회동을 마무리하면서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의견을 좁혀 나가다 보면 만족스러운 대화를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물론 박 대통령의 ‘소통 진정성’은 20대 국회에서 쟁점 현안에 대한 본격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 문제 등에 대해 두 야당의 얘기를 끝까지 듣긴 했지만, 입장을 굽히진 않았다. 또 ‘임을 위한 행진곡’의 5ㆍ18 기념곡 지정 문제를 놓고 두 야당이 “선물을 달라”며 끈질기게 양보를 요구했음에도 즉답을 피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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