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2004년 5월 14일 10시 27분,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해 기각을 선고했다. 재판정 앞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지지자들은 서로 얼싸안으며 환호성을 외쳤고 청와대에서 TV 생중계를 지켜보던 노무현 대통령과 참모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중립의무를 위반한 선거개입 발언 등으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된 지 63일 만의 업무복귀였다.
2003년 12월 19일 노사모가 주최한 ‘리멤버 1219’행사와 2004년 2월 방송기자클럽토론회에서 노 대통령이 쏟아낸 열린우리당 지지발언은 보수 정당에게 탄핵의 빌미를 제공했고 선거를 앞둔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 자민련 3당은 그 해 3월 12일 합심으로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민심은 역풍으로 응답했다. 4월 15일 탄핵정국 속에 실시된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과반의석을 달성했고 새천년민주당과 자민련은 민주노동당의 10석에도 못 미치는 미니정당으로 전락했다. 헌재의 탄핵소추안 기각이 있고서야 정치적 혼란은 마무리됐다. 대통령직에 복귀한 노 대통령은 권한을 대행했던 고건 총리와의 만찬을 시작으로 업무에 복귀했고 이튿날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다시 임기를 시작했다.
2004년 5월 15일, 업무에 복귀한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담화문을 발표한 후 강금실 법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강 장관 오른쪽은 당시 외교통상부장관이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손용석 멀티미디어부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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